[배준호의 세계는 왜?] 실리콘밸리 대기업, 해체가 정답일까

입력 2019-05-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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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경제부 차장

최근 아마존과 구글, 페이스북 등 실리콘밸리 대기업을 해체해야 한다는 주장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마크 저커버그와 함께 페이스북을 설립했던 크리스 휴즈가 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올린 기고문에서 “페이스북은 너무 거대하고 강력해져 견제할 방법이 없게 됐다”며 “이제 페이스북을 분할해야 한다”고 주장해 해체 논의에 다시 불을 지폈다.

앞서 미국 민주당의 유력한 대권주자 중 한 명인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도 3월 “아마존과 구글, 애플, 페이스북 등이 막강한 플랫폼으로 중소기업과 신생기업을 시장에서 축출하고 있다”며 해체를 주장하기도 했다.

사실 이들 IT 대기업의 막강한 파워, 그리고 사람들이 이런 힘에 대해 가진 불안과 불신을 고려하면 해체 논의가 나오는 것도 자연스러운 수순일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1일 아마존이 너무 거대해지면서 사람들로부터 그들의 제품과 서비스, 선의(善意)에 대해 의심을 받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아마존은 미국 전자상거래 시장 점유율이 50%에 달한다. 또 미국 가구의 약 절반은 유료인 아마존 프라임 멤버십에 가입한 상태다. 그러나 너무 덩치가 커졌다고 IT 기업을 해체해야 한다는 것은 섣부른 결론이 아닐까.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가 친구인 휴즈의 회사 분할 요구에 대해 11일 직접 답했다. 그는 “여러분이 정말로 민주주의와 선거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 우리처럼 (가짜 뉴스 등) 선거 개입을 차단하는 개선된 도구에 연간 수십 억 달러를 투자하는 회사를 원할 것”이라며 “올해 우리의 보안 관련 예산은 10년 전 기업공개(IPO) 당시 매출보다 더 많다”고 항변했다. 대기업에 대한 거부감만 아니라면 저커버그의 지적이 타당할 수 있겠다.

미국 경제지 포브스도 페이스북 사용은 자발적이며 그동안 정부 등에 소외됐던 사람들의 목소리를 더 많이 담아내고 있다고 해체에 반대했다. 또 포브스는 과거 반독점 규제를 받은 스탠더드오일과 AT&T는 사람들의 삶에 필수적인 석유와 통신 서비스를 다루고 있지만 페이스북이 제공하는 서비스는 필수품이 아니라는 것도 지적했다. 사람들이 사생활 침해를 우려하면 언제든지 자유롭게 페이스북 플랫폼을 떠날 수 있고, 이는 그들의 삶에 어떤 부정적 영향도 안 미친다는 것이다.

아울러 반독점 규제는 기업들이 자신의 힘을 악용해 가격을 올려 소비자들에게 피해가 가는 것을 막는 데 그 목적이 있다. 반대로 실리콘밸리 대기업들은 막강한 지배력이 있지만 오히려 이를 이용해 소비자들에게 무료 또는 저렴한 가격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예를 들어 구글은 검색과 이메일, 지도와 번역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서비스를 공짜로 제공한다. 아마존이 소비자들에게 저렴하고 편리한 쇼핑을 제공한다는 점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물론 규제는 필요하다. 다만 IT 산업의 특성을 감안한 현명한 규제여야 한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함부로 갈라서는 안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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