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형수 한양대 경제금융대학 교수가 지난달 30일 ‘현대북한연구’에 ‘북한의 외화수급 및 외화보유액 추정과 북미 비핵화 협상에 대한 시사점’을 제목으로 게재하고, 3일 한국은행 북한금융경제포럼에서 ‘김정은 시대 북한의 외화수급 및 외환보유액 추정’을 주제로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올 2월 27일부터 28일까지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이 실패로 끝나면서 북한은 북미간 협상타결 시점을 당초 2020년말에서 더 미뤄진 시점이 될 것으로 보고 전략을 수정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자료에 따르면 북한은 현재 두 가지 대응 전략을 갖고 있는 중이다. 우선 본래 계획대로 기존 보유 외화를 지출해 당분간 수입을 계속해 제재의 악영향에 직면한 기간을 최대한 늦추면서 미국과의 협상을 대등한 지위로 마무리하는 것이다. 이 경우 협상 타결시한은 2020년말이다.
반면 북한이 생각하는 기간 내에 협상이 마무리되지 않을 가능성에 더 중점을 두는 전략이다. 즉, 무역관계에서 불요불급한 수입만 유지하고 나머지 수입은 대폭 줄여 북한의 외화보유액과 외화수급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오래 버티는 전략이다.
이 경우 상품수입을 지금보다 대폭 줄일 수밖에 없어 북한의 경제적 피해는 훨씬 뚜렷할 것으로 봤다. 다만 지난 20년간 북한 경제가 완만하게나마 회복세를 보였다는 점, 특히 식량과 식품 자급 능력을 크게 향상시키는데 성공했다는 점에서 이 경우에도 최소한의 경제적 생존은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같은 전략이 가능한 근거로 보고서는 지난해말 기준 북한 외환보유액이 최소 25억달러에서 최대 58억달러로 추정되는 점을 꼽았다. 보고서는 북한이 자체 핵과 미사일을 완성하는 과정에서 이에 따른 국제사회 제재를 감안해 미리미리 외화확보에 나섰을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북한은 2016년까지 적지 않은 규모의 외화를 축적했고, 2017년 이후 그중 일부를 사용해가며 제재에 대처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최근 몇 년간 국제사회의 강력한 대북제재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상당 수준의 상품 수입을 지속할 수 있었고, (암)시장환율이 안정적일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실제 국제사회 제재가 2017년 하반기부터 북한 무역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음에도 불구하고, 2018년 북한 무역적자는 2017년 20억달러(원유 제외시 17억달러)와 유사한 수준을 유지했다. 이는 상당한 수준의 수입을 계속했다는 의미다.
제재가 강화되는 과정에서 북한이 막대한 무역적자를 감수하면서 수입을 계속한 이유로는 제재 속에서도 미국과의 협상력을 유지하고, 제재로 나타날 수 있는 수출 급감과 자재·부품 수입 감소로 인한 생산 및 소득 감소와 소비재 수입 감소로 인한 북한 상류층 불만 누적 등 악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으로 진단했다.
다만 북한 외화수급 상황은 계속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올해말까지 북한의 해외파견 노동자가 모두 철수해야 하는 상황도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내년에도 대북제재가 완화되지 않는다면 북한의 외화수입은 수억달러 가량 더 줄 가능성이 높다. 예년과 같이 20억달러 수준의 상품수입을 지속한다면 2020년말 북한 외화보유액은 고갈되는 수준에 가까워지거나, 최대 20억달러 정도만 남게 될 것으로 추정했다.
장 교수는 “북한 외화수급 관련 대응을 고려해본다면 북한은 늦어도 2020년말까지 미국과 비핵화-체제보장 협상을 타결하려는 시간표를 갖고 있다고 본다”면서도 “만약 북한이 올해 또는 그 이후 어느 때부터 상품수입을 대폭 줄이기 시작한다면 이는 북한의 시간표에 변화가 왔고 오래 버티기 전략으로 선회했다는 신호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