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대학 연구현장에서 저질러지는 연구 부정행위에 대한 검증과 징계를 강화하기로 했다. 대학교수들이 자녀를 비롯한 미성년자를 논문 공저자로 올리고 부실학회에 국가 예산을 쓰는 부정행위들이 다소 적발된 데 따른 것이다.
교육부와 과학기술정통부는 13일 미성년 논문 및 부실학회 조사 결과와 함께 '대학 연구윤리 확립 및 연구관리 개선방안'을 공동 발표했다.
정부는 우선 연구 부정 행위자에 대한 제재를 대폭 강화할 방침이다. 이날 발표에 따르면 2007년 이후 총 50개 대학에서 87명의 교수가 160편의 논문에 자녀를 공저자로 등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일대, 포항공대, 청주대, 가톨릭대, 서울대 등 총 5개 대학의 교수 7명이 14편의 논문에 교수 자녀가 특별히 참여하지 않았는데도 공저자로 등재된 것으로 확인됐다. 공저자로 등재된 자녀 8명 중 6명은 국외 대학에 진학했고, 2명은 국내 대학에 들어갔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의신청 절차를 거쳐 징계가 이뤄질 예정"이라며 "국외 대학에 진학한 학생들의 경우 대학으로 연구부정 검증 결과를 통보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부실학회인 와셋(WASET)과 오믹스(OMICS)에 참여한 대학 소속 연구자 전수조사 결과도 공개했다. 오믹스와 와셋은 대표적인 해외 부실학회로 꼽힌다. 참가비만 내면 발표 기회를 주거나 논문을 발간해 줘 '해적학회'로 불리기까지 한다.
조사결과 총 90개 대학에서 574명의 교원이 해당 학회에 808회 참석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는 이들을 대학의 감사담당 부서에 통보해 자체 감사를 실시하도록 했고, 그 결과 452명의 대학 교원이 주의·경고, 76명이 경징계, 6명이 중징계 처분을 받았다.
과기부는 학술 정보를 공유·검증하는 한편 부실이 의심되는 학회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학술정보공유 시스템' 구축해 올 상반기 안에 시범 개설할 예정이다.
정부는 앞으로 연구 부정 행위자로 판정되면 비위 유형, 중대성, 횟수에 따라 국가 연구개발 사업에서 영구 퇴출하는 방안까지 가능해질 전망이다.
정부는 과학기술기본법·학술진흥법을 개정해 국가 연구개발 사업 최대 참여 제한 기간을 현행 5년에서 10년으로 상향하기로 했다.
대학의 관리 의무를 강화하기 위한 조처도 강화한다.
고의적인 연구비 관리 태만, 연구 부정행위 은폐·축소 등 심각한 문제가 드러난 대학은 연구 사업 참여를 제한하고 정부 지원 간접비를 줄인다.
정부 지원 연구비의 60%를 차지하는 연구비 상위대학 20곳은 앞으로 정부가 매년 연구윤리 실태조사를 하고 결과를 공개한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정직하고 책임 있는 연구 문화를 정착시켜 대학에 대한 신뢰를 높이겠다"면서 "부정행위는 엄격하고 공정하게 검증해 단호히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