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호황을 이어가며 매년 청약경쟁률 상위에 이름을 올리던 영남지방(부산, 울산, 경북, 경남)의 부동산 시장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가운데 대구만 온기를 보이고 있다.
9일 부동산114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8년 3월부터 올해 3월 현재까지의 아파트 값 변동률을 확인해본 결과 영남지방에서 대구를 제외한 모든 지역의 아파트 값이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부적으로 보면 지난 1년간 경상남도가 3.04% 하락하면서 가장 큰 폭으로 아파트 값이 떨어졌다. 울산광역시도 2.45% 하락했으며, 그 뒤를 경상북도(-2.4%)와 부산광역시(-1.56%)가이었다. 반면 대구는 2.81% 상승하며 영남지방에서는 유일한 상승을 기록했다.
강도높은 정부의 부동산 규제 속에서도 대구의 상승은 이어졌다. 지난해 9월 정부가 발표한 주택시장 안정대책(9.13 부동산대책)으로 전국의 아파트 값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와중에도 대구광역시는 0.43%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대구는 아파트 값 상승 뿐만 아니라 청약시장에서도 승승장구를 이어가고 있다. 2015년 평균 청약경쟁률 56대 1을 기록하면서 호황을 맞이한 대구의 분양시장은 2016년과 2017년 숨 고르기를 마친 뒤 지난해 무려 50만명의 청약자가 몰리면서 54만여명의 청약자가 몰린 경기도에 이은 2위를 차지했다.
인구 규모나 공급 규모 면에서 대구보다 훨씬 큰 경기도와 청약자 수가 비슷하다는 것 만으로도 대구의 청약열기가 훨씬 뜨거웠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지난 2017년까지만 해도 부산, 경남 등 지역은 분양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던 곳 중에 하나였을 정도로 인기 지역이었지만, 정부의 강도 높은 규제가 이어지면서 이제 옛말이 된 상황”이라며 “반면 대구는 꾸준한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서울 못지 않은 시장으로 평가받고 있는 상황으로 올해도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열기가 이어질 전망이다”고 분석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대형건설사들이 브랜드를 앞세워 대구 시장 공략에 나설 예정이다.
현대건설은 이달 중 달성군 다사읍에서 ‘힐스테이트 다사역’을 분양할 계획이다. 다사읍최초의 힐스테이트 브랜드 아파트로 아파트(674가구)와 주거형 오피스텔(62실)을 합해 총 736가구 규모로 들어선다.
포스코건설도 동대구역 인근에서 442가구 규모의 ‘동대구역 더샵 센터시티’를 분양하고 GS건설은 6월 동구 신천동 일대에서 ‘신천 센트럴 자이’를 분양할 예정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상과열 양상을 보였던 대구 신규 아파트 분양 시장이 진정세를 보이면서 실수요자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올해 1분기까지만 해도 대구 청약 시장은 수십대 1의 청약 경쟁률로 가장 뜨거운 지역 중 한 곳으로 꼽혔지만 올해 4월 들면서 수성구를 포함한 대구 지역의 신규 아파트 청약경쟁률이 한 자릿수로 내려갔고 정당계약에서 완판되는 경우도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올 들어 평균 청약자 수는 7362명으로, 지난해 평균 청약자 수인 1만5678명의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이에 한 분양업체 관계자는 “대구 시장이 급등세를 보이면서 실수요자 위주로 시장이 개편되고 있다”면서 “아직은 지켜봐야겠지만 대구도 입지에 따른 양극화 현상을 보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