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이달 초 예정됐던 주류세 개편안 공개를 연기했다. 종량세와 관련해 주류업계 내 의견이 정리되지 않았다는 이유다.
김병규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은 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애초 정부가 4월 말이나 5월 초 발표를 목표로 주류세 개편안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었지만 지연되고 있다”면서 “주종 간, 동일 주종 내 업계 간 종량세 전환에 이견이 일부 있어 조율과 실무 검토에 추가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는 “향후 마무리되는 대로 개편안을 발표할 것이며, 구체적인 시기는 별도로 말하겠다”고 부연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주류 제조원가(수입주류는 수입원가)를 과세표준으로 세율을 매기는 종가세를 채택하고 있다. 하지만 자유무역협정(FTA) 확대로 수입주류(주로 맥주)의 관세가 사라지면서 국산주류의 과표가 수입주류보다 커지는 상황이 발생했고, 국내 주류업계를 중심으로 역차별 논란이 제기됐다. 술의 양이나 알코올 도수를 기준으로 세금을 매기는 종량세가 도입되면 국산 캔맥주 등의 가격은 지금보다 낮아진다. 다만 소주나 생맥주 가격이 오를 우려도 있다.
김 실장은 “국민 식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술과 관련한 주류세 개편은 50여 년간 유지된 종가세 체계를 개편하는 작업이다”며 “소비자 후생, 주류산업 경쟁력, 통상 문제 등 다양한 측면을 세밀히 짚어봐야 하기에 개편안이 다소 늦어지는 것으로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논의 경과에 대해선 “맥주 업계는 대체로 종량세 개편에 찬성하지만 일부 이견이 있다”며 “소주·약주·청주·증류주·과실주 등 업계에서는 종량세로 바뀌면 제조·유통·판매구조 등에서 급격한 변화가 오기 때문에 불확실성에 대비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일부 업체가 맥주와 소주 가격을 올린 것과 관련해선 “주류세 개편으로 주류 가격이 인상되리라는 국민적 오해가 형성될 우려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소주와 맥주 가격을 올리지 않는다는 기본 방향에 대해서는 “조율을 해야 할 상황이 있다”면서도 “(가격 변동 없는) 기본 원칙은 계속 견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류세 개편이 취소될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는 “현 단계에서는 말하기가 어렵다”며 “최대한 하려고 노력하는 상황”이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