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은 가장 먼저 집무실에 일자리상황판을 설치했다. 엄중한 고용난 타개를 국정 최우선 과제로 삼는다는 의지였다. 그러나 지금껏 상황판의 쓸모가 무엇이었는지 알 수 없다. 고용은 여전히 참사 수준이다. 매년 30만∼40만 명씩 늘던 취업자는 작년 증가폭이 10만 명 아래로 떨어졌다. 올해 늘고 있지만 쭉정이 수치다. 민간의 질 좋은 제조업 고용은 작년 4월 이래 12개월 연속 감소했고, 세금 쏟아부어 억지로 만든 알바성 일자리만 증가했다. 경제활동의 허리인 30∼40대 고용은 2017년 10월부터 18개월째 마이너스다. 청년층 체감실업률은 25.1%로 역대 최고다.
경제정책의 간판은 소득주도성장이다. 근로자에게 돈을 더 주면 경제가 좋아진다고 믿었다. 그래서 최저임금을 2년간 29.1%나 한꺼번에 인상했다. 임금을 올려 소비를 진작하고 기업투자와 생산확대로 경제를 선순환시킨다는 주장인데, 그럴듯하지만 비주류 경제학의 검증되지 않은 가설(假說)이다. 그런 쉬운 방법으로 성장할 수 있다면 누가 못했겠는가.
소득주도성장론은 곧 반(反)기업 정책이었다. 최저임금 인상에다 근로시간 단축, 비정규직 제로, 법인세 인상 등을 밀어붙였다. 재벌을 개혁하겠다는 상법·공정거래법 개정은 경영권 위협을 부추기고 기업가정신을 꺾는다. 기득권에 밀린 신사업 규제도 곳곳에 널렸다. 선진국들과 거꾸로 간 역주행이다. 그 아마추어리즘의 착각과 무모함이 가져온 실패는 참담하다. 최저임금 직격탄을 맞은 취약계층 일자리와 자영업은 붕괴되고, 소득분배 악화로 빈부격차가 더 벌어졌다. 기업들은 이 땅에서 사업하기 힘들다며 해외로 나간다. 수출과 투자가 계속 줄어들고, 생산·소비는 바닥이며, 고용시장은 마비 상태다. 올해 1분기 -0.3%의 역성장 쇼크는 필연적 결과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은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이 튼튼해 곧 회복될 것”이라며 딴소리다. 이제 혁신성장을 내세우지만, 전제조건인 규제혁파는 제자리다. 규제만 풀어주면 정부가 나서지 않아도 기업들은 살아남기 위해 스스로 혁신한다.
원자력은 악(惡)이라는 환경론자들의 엉터리 주술(呪術)에 빠진 탈(脫)원전은 그야말로 최악이다. 무지(無知)와 오기로 탈원전의 대못을 박았다. 수십 년의 축적으로 세계가 첫손 꼽는 한국 원전 건설 기술, 안전운영 능력, 산업 생태계는 뿌리째 뽑히고, 국가 에너지 안보까지 흔들리고 있다. 최고의 기술인력들은 중국으로 팔려가고 있다.
기대했던 남북관계 개선도 이뤄진 게 없다. 문 대통령이 올인한 ‘한반도 운전자론’으로 세 차례 남북정상회담과 두 차례의 북미정상회담을 이끌어낸 건 획기적이다. 그러나 거기까지다. 비핵화는 첫걸음도 못 뗐고, 문 대통령의 중재는 북으로부터 ‘오지랖’이란 모욕까지 당했다. 핵을 포기할 뜻이 없는 김정은은 다시 미사일 도발로 대한민국을 위협하고 있다. 우리 안보의 축인 미국과의 동맹은 삐걱거리는 소리만 커진다.
뭐 하나 제대로 된 게 없다. 가장 나쁜 것은 반성이 없다는 점이다. 경제가 추락하고 잘못된 정책에 대한 비판이 쏟아져도, 청와대는 “너희는 떠들어라. 나는 그대로 간다”는 식이다. 자신들은 무오류(無誤謬)라는 근거 없는 아집(我執)이 한심하고 위험하다. 실패의 누적으로 경제가 망가지고 살림이 고달파지면서 국민의 실망만 쌓인다. 문 대통령 취임 초 80%를 넘었던 지지율이 지금 40%대로 떨어졌다. 무너지는 건 순간이지만 다시 일으켜 세우는 데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릴지 모른다. 남은 3년 잘못된 것을 되돌릴 희망이 있기는 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