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최근 보름사이 35.1원이나 오르며 급등(원화가치 급락)세다. 1170원에 바싹 다가서며 2년3개월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전문가들은 대내외 경기우려와 함께 최근 심리까지 쏠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당분간 추세를 꺾을 재료도 뚜렷하지 않다고 봤다. 이미 오버슈팅(일시적 급등) 국면이지만 1180원까지는 추가 상승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5월말은 가야 진정국면에 접어들 것이란 관측이다.
이날 상승세의 직접적 원인은 중국 구매관리자지수(PMI)가 부진했기 때문이다. 중국 4월 제조업 및 비제조업 PMI는 각각 50.1과 54.3을 기록했다. 이는 시장 예상치 50.5와 54.9를 각각 밑돈 것이다. 이후 역외에서 달러매수세가 쏟아졌다.
은행권의 한 외환딜러는 “중국 제조업 지표가 부진하게 나온 것을 계기로 원·달러가 급등하기 시작했다. 역외 은행들의 매수가 많았다. 최근 한국 펀더멘털에 대한 우려감과 함께 역외에서 달러 강세에 베팅이 많아진 것도 사실이지만 이렇게까지 상승해야하나 할 정도로 과도하게 많이 올랐다”고 전했다.
문정희 KB증권 팀장은 “중국 지표는 국내 경제지표에 민감한 영향을 준다. 중국 PMI가 실망스럽게 나오면서 국내 경기는 물론 신흥국 경기에 대한 우려가 확대된 듯 하다”며 “국내 1분기(1~3월) 국내총생산(GDP)이 크게 낮아져 있는 상황에서 중국 경기우려까지 부각되자 변동성이 커진 것”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심리적 요인도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하건형 신한금융투자 책임연구원은 “경기 등 펀더멘털 측면보다는 1분기 GDP 부진이후 상방향 쪽으로 치우쳐 있는 심리가 더 큰 작용을 한 것 같다. 실제 중국 PMI 부진은 3월 워낙 좋았던데 따른 기저효과가 작용했다. 코스피시장에서도 외국인은 되레 순매수를 이어갔다”고 말했다.
◇달러 부족+경기둔화+달러강세 3박자 = 전문가들은 최근 원·달러 급등 원인으로 달러부족과 경기둔화, 글로벌 달러강세를 꼽았다. 우선 수급적으로 최근 수출부진에 따른 상품수출 감소와 배당시즌에 따라 역송금에 달러가 부족해지는 상황이다. 실제 4월 들어 20일 현재 수출은 8.7% 감소했다.
1분기 GDP가 전기대비 마이너스(-)0.3%를 기록,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8년 4분기 이후 10년3개월만에 최저치를 보이자 경기둔화 우려감도 커졌다. 최근 미 연준(Fed)이 긴축기조에서 돌아섰음에도 불구하고 유럽 경기가 부진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강달러가 지속되고 있다. 실제 25일(현지시간) 기준 달러인덱스는 98.1263을 기록해 2017년 5월16일(98.2941) 이후 1년11개월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하건영 책임연구원은 “5월 수출부터는 개선세가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통관기준 수출도 3분기 중엔 플러스로 돌아설 것으로 본다. 유럽경기도 5~6월 사이 반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이같은 대내외 여건을 감안하면 5월말은 가야 원·달러 환율 상승 국면이 진정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30일과 내달 1일까지 양일간 이어지는 연준(Fed)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도 지켜봐야할 변수로 꼽았다. 이상재 유진투자증권 팀장은 “미국 대비 부진한 국내경제와 중국 경제 불안감이 작용하고 있다. 세계경제가 안정세를 찾아가야 원화가치 하락이 진정될 수 있을 것”이라며 “당장 2일로 예정된 연준 통화정책도 주목해봐야할 포인트”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대내외 경기 부진은 단기적으로 원·달러 환율 상승 압력을 지속할 재료”라면서 “그간 1160원대가 1차 저항선으로 작용했다는 점에서 그 다음 저항선은 1180원이 될 듯 하다. 아시아 경제가 불안까지는 아니어서 1200원을 넘어가긴 어렵다고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