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을 중요시하고 역사에 높은 가치를 부여하는 자동차 산업은 변화에 인색한 보수적 산업군이다. ‘자동차=안전’이라는 등식이 팽배했던 만큼, 과감한 혁신은 자칫 경박스러운 기업문화로 비쳐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자동차 역시 사정이 다르지 않았다. 품질과 내구성, 안전을 앞세워 정형화된 기업문화 속에서 빠른 성장을 거듭해 왔다.
이렇듯 철옹성 같았던 현대차의 기업문화도 최근 빠르게 새 모습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고정관념을 깬 혁신적 기업문화가 속속 회사 전반에 걸쳐 확대되고 있다.
시작점은 지난해 수석부회장으로 승진한 정의선 부회장이다. 정 부회장은 “IT기업보다 더 IT기업다워야 한다”고 공언해 왔다.
출퇴근 문화가 먼저 변했다. 업무 효율을 높이기 위해 오전 10시~오후 4시를 업무 집중시간으로 짰다. 이 시간을 앞뒤로 정해진 업무시간을 채우면 출근과 퇴근이 자유롭다. 예컨대 오전 7시부터 10시 사이 자신이 원하는 시간에 출근하고, 출근한 시간부터 정해진 근로시간 동안 일한 뒤 자유롭게 퇴근할 수 있다는 의미다. 직원들의 자율성을 존중해 획일적인 규정 대신 업무별 특성과 성과를 중심으로 ‘일하는 문화’를 정착시키고자 도입한 제도다.
근무복도 자율복으로 바꿨다. 정형화된 넥타이와 검정 슈트로 제한했던 복장문화에도 새 바람이 불어온 것. 업무상 필요할 때 정장을 하든, 캐주얼을 고르든 직원 자율에 맡겼다. 본사의 경우 북적이던 점심시간도 한결 여유로워졌다. 정해진 점심시간을 확대해 원하는 때를 골라 점심을 즐길 수 있게 됐다. 워라밸을 끌어올리기 위한 회사의 배려다.
현대차는 조만간 조직 명칭 변경, 직급 체제 전환 등 새로운 시도를 앞두고 있다. 기업문화 전반을 새로운 경영 방향성과 시대의 패러다임 변화에 맞춰 과감하게 변화시킬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