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와 시중은행장들은 서울 중구 태평로 한은 본점에서 열린 ‘금융협의회’에서 이같은 인식을 공유했다.
이 총재는 “이같은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경제성장의 엔진인 기업투자에 실질적으로 활력을 불어 넣을 수 있는 정책적 노력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고, 은행장들도 “이런 때일수록 금융기관이 본연의 임무인 금융중개기능을 적극적으로 수행해 우리 경제의 혁신성장을 뒷받침하는데 힘써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성장잠재력이 큰 혁신기업을 꾸준히 발굴하고 미래 유망산업이 제대로 뿌리내릴 수 있도록 지원하는 노력을 강화하기로 뜻을 모았다.
앞서 25일 한은이 발표한 1분기(1~3월) 국내총생산(GDP) 속보치에 따르면 GDP가 0.3% 감소해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8년 4분기(-3.3%) 이후 가장 부진했다. 이를 두고 당국은 물론 시장에서도 쇼크로 받아드렸다.
이와 관련해 이 총재는 “대외여건이 우호적이지 않은 가운데 민간부문의 활력이 저하돼 있는 상황이다. 특히 반도체 경기가 둔화되면서 1분기중 수출과 투자가 부진했다. 정부부문 기여도도 이례적으로 큰 폭의 마이너스를 보였기 때문”이라면서도 “이례적 요인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 만큼 과도하게 비관적으로 해석하는 것은 경계할 필요가 있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예단할 수는 없지만 큰 폭으로 떨어졌던 정부부문의 성장기여도가 빠르게 회복될 것으로 예상되고 글로벌 경제여건도 차츰 개선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4월 세계경제전망에서 글로벌 경기가 하반기에는 반등할 것으로 전망했다”며 “특히 올초 부진한 출발을 보였던 미국과 중국 경제가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는 호전된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최근 대내외 경제여건의 불확실성이 높은 만큼 정책당국과 금융기관이 중소기업의 경영여건과 애로사항, 자금사정 등을 면밀히 살펴 필요시 적절한 지원방안을 마련해야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참석자들은 당분간 가계부채 둔화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정부의 가계대출 억제 노력과 주택거래 감소 등이 영향을 미칠 것으로 봤다. 다만 불안요인이 여전히 잠재해 있다는 견해도 개진됐다.
한편 이날 회의에는 이 총재를 비롯해, 허인 국민은행, 지성규 KEB하나, 손태승 우리, 진옥동 신한, 이대훈 농협, 김도진 기업, 은성수 수출입, 박종복 SC제일, 박진회 한국씨티, 이동빈 수협 은행장 등이 참석했다.
한은에서 금융협의회가 열린 것은 지난해 11월2일 이후 5개월만에 처음이다. 2013년까지만 해도 연중 11회나 열리던 금융협의회는 이 총재 취임후 분기별 1회 가량으로 줄더니 작년에는 단 1회 개최에 그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