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계가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 장관을 향해 최저임금 구분별 적용, 중소기업 근로자 복지 혜택 확대 등 현장 애로를 쏟아냈다. 박 장관은 현안에 관해 적극적인 검토를 다짐하는 동시에 최저임금 구분별 적용 등 일부 사안에 대해서는 현실화가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25일 중기부와 중소기업중앙회(중기중앙회)는 오전 여의도 중소기업 중앙회에서 ‘상생 그리고 공존’을 주제로 150분 동안 중소기업 현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는 권혁홍 한국제지공업협동조합 이사장 등 중소기업중앙회 회장단과 정윤숙 여성경제인협회장, 백종윤 기계설비건설협회장, 김영윤 전문건설협회장, 전현경 IT여성기업인협회장 등 중소기업인 등 47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박 장관을 향해 △‘중소기업근로자 전용 온라인 복지센터’ 구축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 1년 확대 △선택적 근로시간제 정산 기간 현행 1개월에서 3개월 확대 등을 건의했다.
◇ “최저임금 업종ㆍ규모별 구분 적용, 현실화 어렵다”=박 장관은 최저임금을 차등화 건의에 관해 “솔직히 안 되는 것은 안 된다고 말해야 한다고 본다”며 말문을 열었다.
이어 “사회적 갈등 요소가 있어서 현실화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의원 시절 최저임금을 왜 중앙 정부가 끌어안아야 하는지 의문을 제기했고, 상임위에 지자체별로 달리하자고 공개 발언을 하기도 했다”며 “그러나 그때도 역시 ‘사회적 갈등’을 이유로 거부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정부가 최저임금 하한선만 정하고, 지자체별로 자율권을 주자는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임성호 조리기계조합 이사장은 “사회적 갈등은 기업이 아니라 정부가 책임져야 하는 문제”라고 반박했다.
이에 박 장관은 “제 의견이 아닌 정부 측 입장이 그렇다는 것”이라며 “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중소기업 대표가 들어가서 얼마나 설득력 있게 이야기하느냐가 주안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외에도 박 장관은 외국인 근로자에게 최저임금법상 수습 기간을 별도로 적용하자는 건의에 대해 선을 그었다.
그는 “심정은 이해하지만, 외국인 근로자에 관한 차별은 법적으로 금지돼 있다”며 “관련 사항을 계속 건의하긴 하겠지만, 크게 기대하지는 말아달라”고 밝혔다.
‘노란우산공제 지역회관 확보’ 문제도 박 장관은 중기부에서 해결하긴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노란우산공제는 소기업·소상공인이 폐업·사망 등으로 겪을 수 있는 생계 위협을 막고자 2007년 9월 출범한 공적제도다.
토론회에서는 노란우산 공제 가입자 서비스 수요가 늘고 있는데 지역 거점이 부족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박 장관은 “공제를 만들어준 것 자체가 혜택인데 거기에 사무실까지 만드는 것은 과하다는 생각”이라며 “중기중앙회장님이 해결해 달라”고 웃으며 말했다.
◇중기 업계와의 토론, 정례화한다 = 박 장관은 이날 토론회를 분기마다 한 번씩 여는 것으로 정례화하자고 제안했다. 마무리 발언에서 그는 “오늘 마침 제1차 중소기업정책심의회가 열리는데 심의회처럼 오늘 토론회도 정례화했으면 좋겠다”며 “분기별로 하는 것이 좋을 것 같고, 오늘 건의한 사항은 7월쯤 다시 점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중소기업정책심의회 전에 이 토론회를 열어 아젠다를 정리하는 식으로 하면 좋을 것”이라며 “사안을 전 부처로 확산하는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장관은 이날 중소기업 근로자의 복지 확대 문제,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중소기업 지원책 등에 관해 크게 공감했다.
박 장관은 “취임사에서도 말했듯이 중소기업 근로자의 복지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중소기업 복지 힐링센터 구축을 내년 예산에 반영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기문 중기중앙회장과 상의해 중기부와 중기중앙회가 같이 추진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박 장관은 내달 대기업 기술탈취 문제의 원천적 근절을 위한 ‘불공정개선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1980~90년대 압축적인 성장으로 중소기업이 많은 아픔을 겪었다”며 “다음 달 불공정개선위원회를 만들어 기술 탈취, 수위탁거래 등 불공정행위를 중재해 억울한 일이 없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