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보험사들이 자동차보험료 추가 인상에 나선다. 이미 보험개발원의 요율 검증을 통해 ‘1.5%대의 인상요인이 있다’는 회신을 받았다. 최대 나이(노동가동 연한)를 60세에서 65세로 상향한 대법원 판결을 반영해 자동차보험 표준약관 개정에 따른 원가인상분만 반영된 결과다. 손보사는 소폭 인상에 그칠 것이란 입장이지만, 상반기에만 두 차례 인상은 과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연초에 평균 3%가량 자동차보험료가 인상됐다.
2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손보사(삼성화재, 현대해상, KB손해보험, DB손해보험, 한화손해보험, 메리츠화재)는 최근 자체적으로 산정한 자동차보험료 인상률이 적정한지 여부를 놓고 보험개발원에 보험료 요율 검증을 신청했다. 보험개발원은 보험사에 회신 중이며, 답변을 받은 대부분의 보험사는 1.5%대 인상 요인이 있다는 통보를 받았다. 요율 검증을 받은 보험사는 즉시 해당 요율을 적용할 수 있다. 통상 전산작업 등에 걸리는 시간을 고려하면 다음 달 말 책임개시일부터 보험료가 오를 것으로 보인다.
통상 대형사는 보험개발원에 따로 요율 검증을 의뢰하지 않고, 요율 검증 자체가 의무화된 절차는 아니지만 올 초에 이어 이번에도 자동차보험을 판매하는 모든 손보사가 객관적인 요율 검증을 거쳤다. ‘사업비 절감 요인 등을 적극적으로 반영해 보험료 인상을 최소화하라’는 금융당국의 눈치 보기 때문이다.
이번 요율 검증은 제도 개선에 따른 최소한의 인상 요인만 반영했다. 금융감독원은 내달 1일 △노동가동 연한 연장 △사고 차량 시세 하락 보상 확대를 반영해 자동차보험 표준약관 개정을 준비하고 있다. 현재 소급 적용 등을 놓고 막판 조율 중이다.
노동가동 연한은 자동차 사고 피해자가 사망하거나 후유 장해를 입었을 때 보험금 산정 기준이 된다. 업계는 노동가능 연한을 65세로 상향하면 보험금 지급액이 약 1250억 원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중고차 시세 하락 보상금 지급 범위도 확대돼 출고된 지 5년 이하의 차량은 사고 시 이를 반영한 보상금을 지급해야 한다.업계는 보험개발원이 요율 검증에서 인상요인이 있다는 답변을 준 건 금감원도 보험료 인상을 용인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금감원도 제도 개선에 따른 최소한의 인상요인은 인정하는 분위기로 알려졌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대법원 판결 이후 제도개선에 따른 원가 상승으로 인한 인상 요인은 그간 보험료에 반영하지 않은 적이 없다”며 “이번 추가 인상은 손해율 상승분에 대한 인상이 아닌 제도 개선에 따른 조치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추가 인상으로 높아진 손해율을 잡기엔 역부족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손보사들은 줄곧 4~5%의 추가 인상을 주장해왔다. 또 다른 관계자는 “보험개발원이 통보한 1.5%의 인상 폭은 여전히 자동차보험 손해율 개선에는 못 미치는 수치”라고 말했다.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연초 3%대 인상에도 불구하고 1분기 기준 85% 이상을 기록했다. 통상적으로 자동차보험의 적정 손해율이 77~78%인 것을 감안하면 여전히 높은 수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