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우리 당과 국가·군대의 최고영도자 김정은 동지께서 러시아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각하의 초청에 의해 곧 러시아를 방문하시게 된다”고 보도했다.
이어 “방문 기간 김정은 동지와 러시아 대통령 사이의 회담이 진행되게 된다”고 밝혀 구체적인 방문 일정이나 장소의 언급은 없었지만 이례적으로 김 위원장 국외 순방을 대내외적으로 사전 예고했다. 북한 주민들이 보는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도 이날 같은 내용으로 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 소식을 전했다.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은 25일 열릴 가능성이 크다. 러시아 유력 매체들도 25일 블라디보스토크 루스키 섬의 극동연방대학에서 정상회담이 열릴 것으로 관측했다. 러시아 유력 일간 ‘코메르산트’는 22일(현지시간)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김 위원장이 전용 열차를 타고 24일 블라디보스토크에 도착해 25일 극동연방대에서 푸틴 대통령과 회담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이 매체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25일 정상회담 후 26일과 27일 열리는 중국 베이징 일대일로 정상포럼에 참석차 중국으로 출발한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26일까지 현지에 체류하면서 블라디보스토크 시내 및 근교를 시찰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북러 정상회담과 관련해 카자흐스탄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수행하는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22일 기자들을 만나 “한국 입장에서는 좋은 일”이라며 “이것은 하나의 비핵화 프로세스이고, 좋은 결과가 도출된다면 한국 입장에서는 좋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이후 교착상태에 빠진 북미·남북 관계에서 김 위원장이 푸틴 대통령을 만나는 것은 비핵화 해법에 새로운 길을 모색할 수 있다는 미국에 경고성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다. 또 비핵화 협상에서 중국과 러시아를 끌어들여 더는 미국에 끌려다니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측면도 있다. 향후 비핵화 협상이 기존 남·북·미 중심에서 남·북·미·중이나 남·북·미·중·러가 참여하는 다자 회담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당장 6월 28∼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다양한 조합의 정상회의가 열릴 수도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G20 정상회의 참석에 앞서 먼저 6월께 먼저 남북한을 모두 방문해 정상회담을 가질 가능성도 크다.
현재 청와대는 남북 정상회담 조기 개최에 주력하고 있다. 이번 북러 정상회담을 계기로 러시아 측에 남북 정상회담 조기 개최 분위기를 만들어 달라고 여러 외교채널을 통해 부탁한 것으로 보인다. 남북 정상회담이 이뤄진다면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전달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달할 가능성이 커 3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의 실마리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