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 회장은 16일 오전 11시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 5층 기자실에서 출입 기자들을 만나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는) 3조6000억 원을 조금 넘는 수준이고, (인수자가) 채무 전액을 대비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 회장은 “매각 방법은 구주매각뿐 아니라 신주발행도 있고, 여기에 들어간 돈은 경영정상화에 쓰는 자금이라, 인수하는 입장에서 부담이 줄어든다”고 얘기했다. 여기에 덧붙여 “(아시아나항공은) 매력적인 투자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아시아나항공 매각은 절차에 따라 최소 6개월이 소요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금호아시아나가 유동성 자금으로 요청한 5000억 원보다 지원액이 더 많아질 수도 있냐는 물음에 이 회장은 “액수가 얼마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시장 수준은 될 것”이라고 대답했다. 이 회장은 “최악의 경우 7조가 들어가면 안전하다. 하지만 채권도 투자한 것이고 회사가 정상적으로 운영되면 돈이 더 들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과도한 혈세 투입에 대한 우려에 대해선 ‘대주주’ 우선 책임 원칙을 들었다. 그는 “채권단이 단독 1원이라도 손해를 본다면 대주주(금호산업)가 먼저 손해를 봐야 한다. 이번 조치는 대주주 지원이 아닌 대주주의 책임 하에 기업을 살리는 조치”라며 “궁극적으로 자금을 지원한 것에 100% 회수를 한다면 법률적으로 대주주에게 손실을 강요할 근거는 없다. 산은이 손실을 보면 대주주가 먼저 손실을 보는 안전장치가 있다”고 말했다.
산업은행은 4월 말에서 5월 초 중으로 금호아시아나그룹과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것이라 밝혔다. 이어 회사채 만기가 도래하는 이달 25일 전까지 채권단 지원 조건을 결정할 것임을 예고했다. 이 회장은 “(아시아나항공의) 시장 신뢰는 상당히 회복됐다고 본다”며 “가시적인 효과를 보이도록 최대한 조치를 하고 이달 25일 전에 구체적인 결정을 낼 것”이라고 언급했다.
박삼구 전 회장과 만남을 먼저 제안했냐는 질문에 이 회장은 “누가 먼저 제안했는지는 전혀 중요한 얘기가 아니다. 암묵적인 의견의 일치가 돼가는 과정”이라고 즉답을 피했다. 아시아나 매각 제안에 대해선 “초기 자구안에 미흡한 부분이 있었고, 3년의 기한을 두고도 금융위원장도 우려의 목소리를 전달했다. 논의 과정에서 (박삼구 전 회장 측이) 즉시 매각을 먼저 제시했고, 수정 계획안을 흔쾌히 동의해 결정을 내렸다”고 얘기했다.
인수 과정에서 불거질 수 있는 박 전 회장의 관여 여부에 대해선 이 회장은 “부당한 영향력은 있을 수 없다”고 단호히 잘라 말했다. 인수 과정에서 가상매각, 파킹 등을 우려하는 질문에 대해서 그는 “금호아시아나와 금호산업에도 제도적 장치가 있다. 무엇보다 인수자가 박삼구 전 회장의 앞잡이가 될 리가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산업은행은 15일 금호 측으로부터 아시아나항공을 구주매각 및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매각하는 내용을 담은 수정 자구계획안을 제출받았다. 이후 산은을 포함한 채권단은 수정 자구계획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고, 이른 시일 내 경영정상화 방안을 마련할 것으로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