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이 올 들어 매월 사상 최고 매출을 경신하면서 화장품 업계 역시 호실적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면세점 매출의 절반 이상을 화장품 매출이 차지하고, 면세점에서 가장 잘 팔리는 화장품 브랜드 1, 2위가 국내 브랜드일 만큼 화장품 업계의 1분기 실적이 면세점 판매를 중심으로 전년보다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15일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3월 국내 면세점 매출은 2조 1656억 원으로, 사상 처음으로 월 매출 2조 원을 넘겼다. 외국인 매출과 이용객 수 증가가 월 매출 2조 원 시대를 연 것으로 분석된다. 전체 매출의 85%를 차지한 3월 외국인 매출은 전월보다 30%나 늘어난 1조 8330억 원으로 나타났고, 외국인 객단가 역시 108만 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용객 수도 늘었다. 지난달 외국인 이용객 수는 169만 6201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5% 증가했다. 월별 기준으로 역대 최다 외국인이 국내 면세점을 이용한 셈이다.
면세점 매출이 매월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며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이는 만큼 화장품 업계의 실적 개선 전망이 밝다. 면세점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면세점 매출의 55%는 화장품에서 나온다”라며 “중국의 따이공(보따리상)을 중심으로 화장품 수요가 늘면서 면세점 매출이 증가한 만큼 화장품 업계도 호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면세점 업계에 따르면 국내 면세점에서 가장 잘 팔리는 화장품 브랜드는 LG생활건강의 럭셔리 궁중 화장품 브랜드 ‘후’다. 증권 업계는 LG생활건강의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 역시 호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SK증권은 15일 LG생활건강의 1분기 매출액이 9.6% 성장한 1조 8183억 원, 영업이익은 15.1% 늘어난 3265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증권사는 “LG생활건강의 호실적은 면세점 매출 실적이 전년 동기 대비 25%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후’ 다음으로 잘 팔리는 화장품 브랜드는 아모레퍼시픽의 ‘설화수’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25%나 떨어졌음에도, 면세점을 중심으로 판매되는 설화수 등 럭셔리 브랜드가 매출을 이끌었다. 증권 업계는 아모레퍼시픽의 올 1분기 실적도 매출 감소가 예상되지만, 면세점 매출 비중은 더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한양증권은 아모레퍼시픽의 1분기 매출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2% 늘어난 1조 4911억 원, 영업이익은 19.2% 줄어든 1907억 원으로 전망했다.
국내 브랜드 가운데 ‘후’와 ‘설화수’ 다음으로 면세점에서 잘 팔리는 화장품 브랜드는 해브앤비의 ‘닥터자르트’다. 해브앤비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40% 증가한 4690억 원, 영업이익은 20% 성장한 1118억 원을 기록했다.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닥터자르트의 면세점 판매액이 해를 거듭할수록 높아지고 있는 만큼 올해도 좋은 실적을 거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면세점 실적과 비례해 화장품 업계의 실적도 개선되는 분위기지만 일각에서는 ‘브랜드 쏠림 현상’ 우려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면세점 판매를 중심으로 화장품 사업을 공격적으로 확장 중인 신세계인터내셔날의 경우 대표 브랜드 ‘비디비치’의 지난해 매출이 1000억 원 돌파했다고 홍보했지만, 면세점에서 가장 잘 팔리는 브랜드 30위권에 비디비치는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면세점 업계의 한 관계자는 “면세점 매출의 절반 이상을 화장품이 차지하는데도 면세점에서 가장 잘 팔리는 화장품 브랜드는 정해져 있다고 할 만큼 제한적”이라며 “화장품 업계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