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투자업계의 ‘큰손’이 일본 기업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세계 3대 사모펀드(PEF) 중 한 곳인 미국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설립자가 미국을 제외한 다음 투자 대상으로 일본을 최우선 순위에 두고 있다고 밝혔다.
조지 로버츠 KKR 설립자는 1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수십 년간 상당한 자금과 자원을 중국과 홍콩에 투자했지만 이제는 일본에 투자할 때라고 느낀다”며 “일본 기업들이 구조조정을 통해 변화의 단계에 있다”고 강조했다.
히타치, 도시바, 파나소닉 등 일본의 간판 기업들은 구조조정을 통해 회사 가치를 높여왔다. 비핵심 계열사를 과감히 정리하고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블루칩’에 집중했다. 로버츠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주도로 기업지배구조 투명성 향상에 노력을 기울인 결과 일본 기업들이 생존 능력을 갖췄다”고 일본의 구조조정 노력을 평가했다.
그는 또 “KKR이 1970년대와 1980년대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이 활용했던 전술을 가지고 일본 시장에 접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당시 GE는 강력한 구조조정으로 효율성을 최고 경영 목표로 삼았다. 이는 미국에서 경영 바이블로 통했다. KKR의 공동창업자인 헨리 크래비스는 “십년 전만 해도 일본 회사 임원들은 계열사가 2000개라며 자랑스러워했다. 지금 일본은 완전히 변했다”며 구조조정으로 기업 가치를 높인 일본 기업에 대한 투자 관심이 커진 시장 분위기를 전했다.
일본 시장에 군침을 흘리는 곳은 KKR 뿐만이 아니다. 미국계 글로벌 투자회사인 베인캐피털도 작년에 도시바 메모리칩 부문을 180억 달러를 주고 사들였다. 엄청난 규모의 투자였지만 최근 미국과 유럽의 사모펀드들은 더 큰 규모로 일본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고 FT는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