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월은 ‘초반 탐색’ 시기
평범한 고3 수험생의 입시도전 과정은 주요 일정에 따라 4단계로 구분해 볼 수 있다.
△1단계는 대략 5월 이전 기간까지 입시정보를 수집하는 ‘초반탐색’ 시기다. 내 정보와 대학의 선발정보를 수집하는데, 기본자료는 3, 4월 모의고사 성적표와 지난 2학년 까지 마감된 학생부, 그리고 각 대학이 발표하는 모집요강, 당해 연도 입시분석 자료들을 활용한다. 출발점인 만큼 잔혹한 입시의 현실을 마주하지만, 아직은 목표에 맞춰 꿈을 키워나가는 시기라 할 수 있다.
△2단계는 5월부터 수시접수 이전인 9월까지 ‘실행기’다. 초반탐색 과정을 거치며 수립한 나름의 전략에 맞춰 수시와 정시 지원에 필요한 평가요소들을 관리하고 준비하는 시기다. 수능학습, 내신관리, 비교과정리, 자기소개서 작성, 대학별고사 준비 등 해야 할 것들은 많은 반면에 시간이 부족하여 조바심이 난다. ‘조금 더 열심히 공부할 걸’, ‘비교과를 좀 했었어야 하는데’와 같은 과거에 대한 후회도 본격적으로 나타난다. 자칫 초반탐색에 실패한 경우라면, 이 시기에 수행하는 모든 활동들에서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고, 주변의 말에 쉽게 휘둘리게 된다.
△3단계는 9월 수시 지원부터 11월 수능시험 이후 까지 ‘수시공략’의 시기다. 수시지원을 마치고 수능 공부를 하고, 대학별고사를 준비하고 치르는 시기다. 11월에 ‘인생시험’ 격인 수능이 있지만, 수시에 비중을 두고 지원전략을 설정한 학생들은 학업에 집중하기 쉽지 않다. 마음이 ‘수시합격’이라는 콩밭에 가있기 때문이다. 정시지원에 무게를 둔 학생들도 분위기 탓에 수능 학습에 잘 집중하지 못한다. 수시에 합격한 학생들은 이후 단계에 대한 걱정 없이 입시를 끝내게 된다. 수능 가채점결과를 확인한 후 논술이나 면접과 같은 대학별고사 응시 여부를 결정하는 것도 이 시기에 해야 할 일이다.
△마지막 4단계는 12월 정시지원 시기다. 수시에 합격하지 못한 학생들은 정시에 지원하여 최종적으로 진학 대학을 결정짓는다. 물론 재도전 여부도 이 시기에 결정해야 한다.
현 시점은 초반탐색 시기다. 지난 2학년 겨울방학 동안 준비한 수능학습 결과를 우리는 3월과 4월 두 차례의 모의고사를 거치며 확인했다. 어떠한 경우든 모의고사 성적결과에 맞춰 나름의 입시준비 방향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을 것이다. 내신 성적을 통해 수시 교과전형으로 진학 가능한 대학과 모의고사를 통해 예상해 볼 수 있는 정시 지원가능 대학을 비교하며 자신이 ‘수시형(形 )’인지 ‘정시형(形)’인지를 가늠하는 고민을 말이다.
◆수시형(形) vs 정시형(形)?
수시형은 내신을 활용한 진학이 더 유리하거나, 비교과를 꾸준히 준비해온 학생들이 주로 자신을 지칭할 때 쓰는 단어다. 논술을 준비하는 학생인 경우에도 종종 자신을 수시형이라고 표현한다. 정시로는 쉽지 않겠지만, 논술전형을 통해 수능최저학력기준을 충족하는 것으로 상위권 대학 진학을 꿈꿔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정시형은 수능이 아니면 목표대학에 진학하기 힘든 학생들을 지칭한다. 이들의 목표는 당연히 수능 고득점이다.
수시형, 정시형이라 스스로를 지칭하는 이유는 더욱 효율적인 준비전략을 찾기 위함이다. 내신과 비교과와 자기소개서, 수능, 대학별고사 모두를 정해진 2단계 시기동안 병행 준비하는 것은 효율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분명 선택과 집중을 통해 최선의 결과를 거두는 것이 입시 전략의 궁극적인 목표가 되어야만할 것이다.
하지만, 효율성에 치중하여 입시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올바른 선택인지를 우리는 생각해 보아야 한다. 아울러 ‘현 시점에서 수시형, 정시형이라고 스스로를 규정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 태도인지’를 보다 신중하게 살펴야 할 것이다. 초반 탐색에 실패하면 향후 입시일정 전반은 꼬일 수밖에 없다. 아래의 내용을 확인하면서 1단계 초반 탐색의 과정을 현명하게 수행해 나가자.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리는 수시와 정시 모두를 아우르기 위해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내 준비 상황을 진단하고 준비전략을 설정해야할 것이다.
◆균형 잡힌 시각, 객관적 판단, 그리고 여유
초반탐색에 성공하기 위하여 첫 번째로 균형 잡힌 시각을 갖춰보자. 수시와 정시를 바라보는 시선에도 균형이 필요하고, 스스로 자신의 상황을 진단 할 때도 균형 있는 시각이 필요하다. 먼저 자신의 3~4월 모의고사 성적표를 보다 냉철하게 살펴보자. 3월 모의고사의 출제 범위는 2학년 과정이다. 3학년 학습범위가 포함되고, 난이도가 상승하는 수능에서 모의고사 이상의 성과를 발휘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재수생이 포함되면 내 석차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모의고사 성적을 지속적으로 올릴 수 있다는 자만과 기대감에 초반부터 정시에 치우쳐 남은 중간/기말시험을 버리는 행위는 흔하게 발견할 수 있는 입시실패 사례라 할 수 있다.
모의고사 성적으로 정시 지원가능 대학을 가늠 할 때도 모집 군을 고려하는 학생은 없다. 실제 정시지원시에는 모집 군별 지원 대학을 선정하다 보면, 기대보다 낮은 대학들에 지원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미리 알아두어야 할 사항이다.
둘째, 수시 합격을 낙관하는 태도를 버려야 한다. 특히 종합전형과 논술에 비중을 두고 입시전략을 수립하는 수험생이라면 더더욱 객관적인 시각으로 자신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정성 평가가 진행되는 학생부종합전형은 ‘하향지원’이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다. 즉, 안정지원이 없기 때문에 항상 정시 지원의 가능성을 열어두어야 한다. 가령 종합전형에 ‘올인’하여 극단적으로 수능학습을 포기한 경우에도 최소한 교과전형을 활용한 안정지원 방안을 마련해 두는 것이 좋다. 논술전형은 경쟁률이 너무 높아 합격을 기대하기 힘든 전형이다. 수능최저달성만을 목표로 수능학습에 ‘올인’하는 전략을 수립하는 것은 논술과 정시를 묶어서 도전하는 학생들이 범하는 흔한 오류라 할 수 있다.
셋째, 조금만 여유를 갖자. 고3은 초조하고 조급한 마음에서 벗어나기 힘든 시기다. 불안을 줄이고 효율성을 높이고자 무엇이든 빠르게 결정해서 집중하고 싶은 것이 수험생의 마음이지만 조급함은 입시 성공에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다. 특히 1단계 초반 탐색 과정에서 남은 3학년 1학기 성적을 미리 확신해 버리는 태도는 매우 위험하다. 우리는 3학년 1학기 중간고사와 기말고사에서 형편없는 성적을 받게 될지도 모른다. 역으로 성적이 향상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모의고사 성적도 마찬가지다. 6월과 9월 모의고사에서 생전 받아보지 못한 처참한 성적표를 받는 학생들이 많다. 이는 실제 수능시험에도 해당된다는 점에서 수시와 정시 중 어느 한쪽에 치우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는 점을 잊지 말자.
종합전형을 준비하는 학생들 중 일부는 빠르면 3월부터 자기소개서 초안을 작성하는 경우가 있다. 아직 지원 대학과 학과도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자기소개서 작성에 시간을 투자하는 행동은 그저 시간 낭비일 뿐이다. 이외에도 초조함 탓에 우리는 수많은 오류를 범하게 된다.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전략 수립의 출발점에서 여유를 가져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