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KCGI는 투자목적회사 그레이스홀딩스를 통해 올 들어서만 160만 주가 넘는 한진칼 주식을 사들였다. 이 기간 주식수는 무려 26%가량 늘었으며, 지난해 말만 해도 10.8%였던 지분율은 현재 13.47%까지 올라간 상황이다. 특히 4월 들어서는 하루를 제외하고는 매일 주식을 매입했다.
이는 차익 실현을 위한 주주의 단순한 움직임으로 우연하게 시점이 맞물렸을 가능성도 제기되지만, 경영권 확보를 위한 의도적인 지분 확대라는 분석에 보다 무게가 실린다.
KCGI는 지난해 11월부터 한진칼의 지분을 사들이며 한진그룹 경영권을 위협했지만, 지난달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주식 보유기간 6개월’을 충족시키지 못해 주총장 문턱조차 넘어보지 못하며 내년을 기약했다. 게다가 조 회장 별세에 따른 지분 상속세 문제로 총수일가 지분이 희석될 가능성도 제기되는 상황이 KCGI에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업계 한 전문가는 “KCGI 입장에서는 조 회장의 타계로 어수선한 한진그룹의 상황을 최대한 활용하려고 할 것”이라며 “특히 주총에서 한 차례 고배를 마신 상황에서, 지분 확보는 물론 다양한 공세 전략을 마련하는 등 기회를 놓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최대주주의 지분율 감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조 회장 가족들이 막대한 상속자금을 확보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조 회장 보유 유가증권의 가치는 약 3454억 원으로 여기에 상속세율 50%를 적용하면 조 회장의 가족이 내야 하는 상속세는 무려 1727억 원 수준인 데다, 오직 현금으로만 가능하다. 이다.
게다가 조 사장의 한진칼 사내이사 임기는 내년 3월까지다. 내년 주총 표 대결에 따른 경영권 분쟁이 올해보다 더 치열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물론 조 회장 보유 지분을 가족들이 상속해 지배구조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한진칼을 제외한 한진, 정석기업, 토파스여행정보, 대한항공 지분매각을 통해 약 750억 원, 한진이 보유한 동대구 터미널, 부산 범일동 부지 등 부동산 매각을 통해서도 1300억 원 이상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결과적으로 조 회장의 대한항공 재선임을 반대했던 한진칼의 3대 주주 국민연금을 어떻게 설득하느냐가 관건이다. 내년 주총에서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의 경영권 승계에 국민연금이 힘을 실어줄지 주목된다. 국민연금은 한진칼 지분 6.64%를 보유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항공산업은 일반 제조업과 달리 글로벌 네트워크가 경영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분야”라면서 “한국항공산업 발전을 위해 조 회장이 생전에 쌓아놓은 항공인맥을 유지,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