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는 7일 발표한 ‘경제동향 4월호’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대내외 수요가 위축되면서 경기가 점차 부진해지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내수가 부진한 가운데, 수출도 주력 품목을 중심으로 감소했다”고 진단했다.
KDI는 지난해 10월까지 우리 경기를 ‘개선 추세’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11월부터 올해 3월까지 5개월 연속 ‘둔화’로 진단했다. 이달에는 처음으로 총평에서 ‘부진’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며 우려 수위를 한 단계 더 높였다.
최근 경제지표들을 부문별로 보면 긍정적인 신호를 찾아보기 어렵다. 전년 동월과 비교해 2월 전산업생산은 1.4%, 광공업생산은 2.7% 감소했다. 소매판매액(소비)도 1월 4.1% 증가에서 2월 2.0% 감소로 꺾였다. 설비투자는 2월 26.9% 감소하며 전월(-17.0%)보다 감소 폭이 확대됐고, 건설기성액(불변)도 10.6% 줄며 두 자릿수 감소를 이어갔다.
눈에 띄는 점은 그간 생산·투자 부진에서 견조한 증가세를 유지해왔던 소비의 부진이다. KDI는 “2월 소매판매액은 설 명절 이동의 영향으로 비교적 큰 폭으로 감소했고, 1~2월 평균으로도 증가 폭이 축소되면서 민간소비의 증가세가 둔화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수출은 3월 8.2% 줄었다. 전월(-11.4%)에 비해선 감소 폭이 소폭 축소됐으나, 추세상으론 부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KDI는 “3월 수출(금액 기준)은 반도체, 석유류 등을 중심으로 대부분의 품목에서 감소했고, 2월 수출물량도 감소를 기록했다”고 지적했다.
경기 동행지수와 선행지수 순환변동치가 낮은 수준으로 하락한 점도 우려스런 대목이다. 2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전월보다 0.4포인트(P) 하락해 11개월째 내림세를 이어갔다.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도 0.3P 내리며 9개월째 하락했다. 두 지표가 9개월 연속 동반 하락한 것은 관련 통계가 제공된 1970년 1월 이후 처음이다.
그나마 고용에선 2월 취업자 증가 폭이 26만3000명으로 확대되며 13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단, 최근의 취업자 증가는 고용시장 호조보다는 노인 일자리 등 정부의 재정지원 일자리 사업의 영향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