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4년 고(故) 김대중 대통령이 비(非)메모리 분야 발전 대책을 강조하며 던진 말이다. 같은 해 상공자원부는 관련 부처 협의를 거쳐 비메모리 산업 육성계획을 발표했다.
2년 후인 1996년. 당시 김동주 과기처 인력계획과 서기관은 동아일보 ‘발언대’기고문 ‘을 통해 이렇게 말했다.
“‘2000년대 세계 7대 경제 대국’이란 연초 장밋빛 경제전망이 여지없이 무너져버렸다. 발단은 우리의 제1 수출품목으로 작년 총수출의 17.7%를 차지했던 메모리반도체 가격의 폭락이다. 이 같은 사태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도 반도체산업을 비메모리 분야로 옮겨야 한다”
그러면서 “경제난국의 근본원인은 폭넓은 전문기술인력의 양성 부족에 기인한다. 따라서 미래에 요구될 기술에 대한 인력양성을 위해 보다적극적이고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 오늘의 경제난국도 결국 비메모리 분야의 전문기술인력에서 시작됐다고 본다면 타개책도 이런 관점에서 세워져야 한다”고 했다.
1999년에도 비슷한 상황은 이어졌다. 당시 과학기술부는 국내 비메모리반도체 시계 시장 점유율을 2010년까지 3위권에 진입시킨다는 목표 아래 이 분야의 차세대 기술 개발을 집중 지원하기로 했다.
과감한 설비투자로 선두 일본을 맹추격하면서 반도체 호황의 단맛을 즐기고 있었던 그 당시 벌써 메모리와 비메모리 불균형 문제가 거론된 것이다.
이처럼 정부는 비메모리 산업 육성의 중요성을 25년 전부터 알고 있었다. 1990년대 말부터 2015년까지 비메모리 반도체 육성 사업도 여러번 시행했다. 특정 산업 분야를 키우기 위해 정부가 이렇게 장기 프로젝트를 추진한 사례도 드물다.
하지만 지금껏 변한 건 없다. 최근 정부는 다시 비메모리 육성에 나서기로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19일 국무회의에서 “메모리 반도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취약한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의 경쟁력을 높여 메모리 반도체 편중 현상을 완화하는 방안을 신속히 마련해주기 바란다”고 지시했다.
우리나라를 먹여 살리던 메모리 반도체 호황이 꺾이면서 발등에 불이 떨어진 탓이다. 실제로 최근 메모리 반도체 부진 속에서 2월 수출이 3년 전 수준으로 둔화했다.
급기야 삼성전자는 1분기 영업이익 6조2000억 원으로 10분기 만에 최저 실적을 기록했다. 전년과 비교해 반토막 이상 급감한 수치다.
25년간 그랬듯이, 정부의 이번 비메모리 반도체 육성 노력 역시 결실 없이 끝나면 안 된다. 과거 정책이 왜 실패했는지부터 철저히 연구하는게 먼저다.
다품종 소량생산으로 선택과 집중이 중요한 비메모리 분야에서 집중 육성할 분야를 골라내고, 전문 인력 및 기업 육성에 나서야 한다.
삼성전자 등 대기업의 비메모리 사업 육성 전략에 숟가락만 얹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