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발언대] 불법 폐기물 제로화, 세상을 바꾸는 ‘참여’가 필요한 때

입력 2019-04-02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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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형근 환경부 자연환경정책실장

우리나라는 ‘한강의 기적’을 거치며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룩하였고, 드디어 지난해 최초로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를 넘어섰다. 경제적 성장은 우리에게 삶의 편리를 주었으나, 폐기물 증가도 함께 가져왔다. 이에 따라 정부는 종량제 실시, 일회용품 규제 등 폐기물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 일부 성과를 거뒀으나, 폐기물 관리의 현실은 국민들의 높아진 눈높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안타깝게도 폐기물 처리업자들이 처리하지 않아 방치돼 있거나, 적정 보관 장소를 벗어나 창고 등에 쌓아 놓고 도피하는 등 버려진 불법 폐기물의 양이 전국적으로 약 120만 톤이나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루 동안 서울과 경기도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의 양과 맞먹는 수준이다.

정부는 이에 따라 관계 지자체와 협력해 불법 폐기물을 신속하게 처리하기 위한 대책을 수립했다. 2022년까지 불법 폐기물 전량을 처리하되, 올해까지 절반 이상의 양을 처리할 계획이다. 폐기물을 처리한 자와 위탁한 자, 그리고 폐기물이 있는 토지 소유자 등 책임자에게 우선 처리토록 촉구하고, 불가피할 경우 정부와 지자체가 협력해 대집행하고 그 비용을 책임자에게 청구할 예정이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이 같은 불법 폐기물이 발생하지 않도록 지속적인 노력이 절실하다. 먼저, 폐기물 발생량 자체를 줄이고, 재활용이 가능한 제품을 생산·소비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작년 우리 국민들은 1회용품 감량을 위한 선진 의식과 저력을 충분히 보여줬다. 커피전문점 안에서는 머그잔 혹은 유리컵을 사용하고, 테이크아웃할 때에도 텀블러를 사용하는 등 국민적인 실천이 더해져 이제는 일회용품을 쓰지 않는 문화가 일상으로 자리 잡았다. 또한 명절 때마다 불거지는 과대 포장 퇴출, 대규모 점포의 일회용 비닐봉투 사용 금지 등 일회용품과 과대포장을 줄이는 데 많은 국민들이 먼저 주저하지 않고 이슈를 제기한다.

둘째, 국민 모두가 불법 폐기물의 감시자가 돼야 한다. 불법으로 투기되는 폐기물은 시간이 지나면 누가 버린 것인지 밝혀내기가 쉽지 않다. 조기에 불법 투기자를 파악하기 위해 50여 지자체에서 신고 포상금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정부는 올해부터 이 제도가 전국으로 확대·운영되도록 지자체와 협의해 나갈 예정이다. 지역주민의 상시적인 감시로 불법 폐기물 발생도 상당 부분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셋째, 폐기물처리시설이 더욱 늘어나야 한다. 그동안 폐기물의 발생량은 지속적으로 늘어, 2016년 기준 하루 약 43만 톤이 발생했다. 국민 한 사람이 일 년에 약 3톤의 폐기물을 배출한 것이다. 반면에 폐기물처리시설 용량은 한계에 도달해 있다. 이미 민간이 운영하는 소각시설은 허가된 용량을 넘어섰다. 소각비용도 덩달아 올라 몇 년 전에 비해 2배 가까이 뛰었다. 처리할 곳도 마땅하지 않고 처리비용도 높아지니 불법 폐기물이 발생하는 것이다.

폐기물이 처리될 수 있는 숨통을 열어줘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소각용량을 재산정하거나 시멘트 소성로 등 대체 처리방안을 생각할 수 있으나, 근본적으로는 폐기물 처리시설을 늘려야 한다. 그러나 이마저도 쉽진 않다. 대표적 님비(NIMBY) 시설이기 때문이다. 정부와 지자체 그리고 지역주민이 한 걸음씩 양보하고, 모두가 상생하는 방안에 대해 지혜를 모을 때이다.

세계적 휴양지인 인도네시아 발리섬에서는 지난해 11월 플라스틱 빨대와 비닐봉투 사용을 금지했다. 이 변화는 2013년, 당시 13세였던 믈라티 위즈슨이 출범한 ‘바이 바이 플라스틱백(Bye Bye Plastic Bags)’ 운동에서 시작됐다. 환경을 생각한 한 10대 소녀의 문제의식이 사회적 변화를 이끌어 낸 것이다. 우리의 작은 실천 하나 하나가 모일 때, 우리 후손들에게 깨끗하고 건강한 삶의 터전을 물려줄 수 있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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