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현의 경제왈가왈부] 물에 빠진 나그네 구해주니 보따리 내놔라

입력 2019-04-01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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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2019-04-01 07:40)에 Channel5를 통해 소개 되었습니다.
장단기 금리역전 R의 공포보단 금리인하 압박..입장변화 없는 한은 연내 인하기대 과하다

지난달말 대내외 금융시장을 뜨겁게 달군 이슈는 뭐니뭐니해도 장단기금리 역전이지 않았나 싶다.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 채권금리가 빠르게 하락했고, 경기침체를 의미하는 소위 R(Recession·리세션)의 공포도 확산했다.

다만 이번 장단기금리 역전을 두고 R의 공포라기보다는 시장의 금리인하 압박으로 보는 시각이 다수다. 그래서일까.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연내 동결될 것으로 예상했던 전문가들도 빠르게 올 하반기 인하로 전망을 수정하는 중이다.

반면, 미 연준(Fed)과 한은의 연내 금리인하 가능성은 낮다는 판단이다. 연준도 향후 통화정책의 가늠자인 점도표를 하향 수정하긴 했지만 여전히 내년 1회 인상을 시사하고 있는데다, 한은도 기존 입장에 큰 변화가 없기 때문이다. 경기가 부진할 수 있겠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때처럼 급격한 충격이 아니라면 연내 동결 행진 정도의 흐름을 예상한다.

결국 지금의 채권시장 랠리는 그동안 연준 금리인상 우려에 억눌렸던 시장이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계기로 힘을 분출한 정도로 평가한다. 랠리가 과했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정상화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한다.

◇채권 랠리 트리거됐던 미 10년-3개월 금리 역전, 6거래일만 정상화 = 최근 채권시장 강세는 지난달 22일(현지시간 기준) 미국채 3개월물 금리와 10년물 금리가 역전되면서부터다. 전달 19일부터 20일까지 열린 3월 미 연준 FOMC에서 경기에 대한 자신감이 크게 후퇴한 영향을 받았다. 실제 연준은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도 연내 두 번 인상을 시사했던 점도표를 동결로 급격히 하향조정했다.

이에 따라 미 10년물 금리는 빠르게 내렸다. 실제 전월 19일 2.6177%를 기록했던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전달 27일 2.3726%를 보이며 24.51bp(1bp=0.01%포인트)나 급락했다. 이는 2017년 12월15일(2.3523%) 이후 1년3개월만에 최저치다. 반면 같은기간 미국채 3개월물 금리는 2.456%에서 2.4251%로 3.09bp 내리는데 그쳤다. 작년말부터 역전과 정상화를 오가던 미국 기준금리와 2년물 금리차도 지난달 7일 이후 역전이 굳혀지는 양상이다.

이에 따라 국내 금융시장에서도 장단기금리차 역전이 본격화하고 있다. 실제 국고채 3년물은 물론 5년물 금리까지 지난달 27일부터 한은 기준금리와 역전현상을 빚고 있다. 국고채 3년물 금리의 경우 전달 28일엔 1.679%까지 떨어져 한은 기준금리(1.75%)와의 역전폭을 7.1bp까지 벌렸다. 이는 2016년 6월8일(-12.2bp) 이후 2년9개월만에 가장 큰 폭이다.

국제금융센터가 최근 일본 닛케이신문 보도를 인용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상황은 연준의 급격한 정책 변화가 시장의 불안으로 연결된 측면이 크다는 의견이 다수”라며 “미즈호은행의 경우 연준과 시장과의 대화가 원활하지 않았다. 연준의 정책과 향후 경기라는 두 가지 불확실성이 겹쳐 이례적인 움직임이 발생했다. 미국 금리는 투자심리의 불안을 더욱 확산시킬 우려가 있다고 평가했다”고 소개했다. 국금센터는 또 “미국 투자자문회사인 비앙코리서치(Bianco Research)에 의하면 과거 50년간 미국의 10년물과 3개월물 금리 역전상태가 10일 지속되면 평균 311일 이후에 경기하강이 시작됐다”고 전했다.

반면 미 10년물과 3개월물 금리차는 지난달 29일 1.39bp를 기록해 6거래일만에 정상화했다. 대표적인 장단기 금리차이인 10년물과 2년물간 금리차는 14.7bp로 여전히 정상화를 유지하고 있는 중이다.

국내 전문가들 역시 미국 장단기 금리차 축소를 경기침체로 볼 수 없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이중 흥미로운 주장 하나를 소개하면 이승수 흥국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양적완화(QE) 이후 장기채권 가격의 왜곡 가능성이 커졌다고 진단했다. 그는 “2008년 금융위기를 포함해 1960대 이후 미국이 거쳐 온 8회의 경기침체 전에 모두 장단기 금리차가 먼저 움직였다”면서도 “하지만 직전 금융위기를 넘기 위해 양적완화(QE)가 실행됐고 이것은 많은 것을 바꾸었다. 그 중 하나가 장기금리의 다이내믹스”라고 소개했다. 즉, 위기의 징후가 조금이라도 감지되면 장기채권 수요는 급증하고 장기금리는 가파르게 떨어지는 반면, 반대로 소비와 고용이 늘고 위기와 거리가 먼 환경에서도 장기채권은 보험 기능을 인정받아 그 수요와 가격은 끈끈하게 유지돼 장기금리는 그리 오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박종연 IBK연금보험 증권운용부장도 “미국채 수익률곡선을 보면 2년까지는 역전된 상황이지만 3년 이상 구간에서는 정상이다. 즉, 연준 금리인상이 빠르게 철회되면서 오히려 인하가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또 금리인하로 경기침체가 심하게 진전되지는 않을 수 있다는 의미가 혼재해 있는 것”이라며 “국내도 3년물 금리가 1.69%다. 기준금리가 적어도 3년이내엔 인하될 것이란 의미다. 내년엔 인하 가능성이 있겠지만 연내 인하까지 보기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가계부채 우려 여전, 인하 어렵다 = 금리인하를 주장하는 쪽에서는 한은에 입장변화가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실제 이주열 한은 총재의 최근 발언을 보면 어느 정도 동의할 수 있는 대목이다.

지난달 21일 FOMC 금리결정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 총재는 “연준 결정이 예상보다 도비시(통화완화적)했다. (연준의 결정이 한은의) 운신의 폭을 넓혀줬다”면서도 국제통화기금(IMF)의 금리인하 권고와 관련해서는 “인하는 아직 (고려해야할 단계가) 아니다. 금융안정상황 불균형을 유념해 나갈 것이다. 통화정책기조가 한 달 사이 바뀌었다고 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반면 전달 25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출석한 자리에서는 “현 상황이 리세션(경기침체)은 아니다”면서도 “경기 여건이 전보다 많이 나빠졌다. 하방위험이 확대된 만큼 상황이 많이 나쁘다면 금리인하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간 “금리인하를 논의할 때는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임에는 틀림없다.

반면, 한은은 여전히 금융불균형을 우려하는 중이다. 이 총재의 기재위 언급과 관련해서도 일부 금융통화위원회 위원들과 한은측 관계자들은 사실상 입장변화가 없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2월 금통위에서 기존 매파적(통화긴축적) 입장에서 한발짝 물러난 것으로 보이는 고승범·임지원 금통위원도 여전히 금융불균형을 강조하고 있는 중이다. 2월 금통위 의사록을 보면 고승범 추정 위원은 “금융불균형 문제가 확실히 해소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것인지 판단하기 위해서는 부동산가격 및 가계부채 증가 추이를 당분간 주의 깊게 지켜볼 필요가 있겠다”고 밝혔다. 임지원 추정 위원도 “금융불균형 누적 위험은 다소 완화되고 있으나 이러한 흐름이 기조적으로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봤다.

올해 한은 통화정책의 주된 변수였던 연준 금리인상이 사실상 물건너가면서 한은도 급격한 인상기조를 취할 유인은 사라졌다. 다만 부동산과 가계부채에 잘못된 시그널을 줄수 있는 금리인하엔 신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실제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작년 3분기 가계부채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96.9%로 GDP에 육박하는 수준을 기록 중이다. 전분기대비 증가폭도 0.9%포인트를 기록해 43개국중 중국 다음으로 빠른 증가세를 기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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