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이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는 책이 나왔다. ‘워싱턴포스트’ 기자 에이미 골드스타인이 쓴 ‘제인스빌 이야기’다. 부제는 ‘공장이 떠난 도시에서’. 미국 제인스빌에서 제너럴모터스(GM)가 공장 폐쇄를 결정한 후 5년간의 일을 담았다.
이 책의 가장 큰 효용 가치는 두 가지다. 한 거대 기업이 특정 지역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짐작할 수 있다. 제인스빌에서 GM은 단순히 하나의 회사가 아니었다. GM은 제인스빌 공장 노동자들에게 임금을 주는 ‘사용자’에서 더 나아가, 제인스빌이라는 지역 자체를 받치는 거대한 밑돌이었다. 제인스빌의 지역 라디오 뉴스 시간은 GM 공장의 근무 교대 주기에 맞춰 편성됐고, 식료품 가격은 GM 노동자들의 임금인상률에 맞춰 올랐다.
GM이 언제, 어디서든 떠날 수 있다는 것 또한 골드스타인은 보여준다. 제인스빌 공장 폐쇄까지 GM의 결정에 제인스빌 시민들은 안도와 불안, 좌절을 잇따라 경험한다. 2005년 GM의 글로벌 구조조정에서 제인스빌이 살아남은 다음 날 지역 신문의 1면 톱 제목은 ‘휴’였다. 불과 3년 뒤 GM은 제인스빌 공장의 폐쇄 결정을 내린다.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도 이 책을 읽은 것으로 알려졌다. 번역본이 나오기 전에 원서를 찾아 읽었다고 한다. 그만큼 다급했기 때문일 것이다. 아마 GM이 군산공장 폐쇄를 선언한 다음이 아니었을까. 이 두 수장은 어떤 생각을 하며 이 책을 읽었을까.
한국에서 GM 문제는 아직 현재진행형이다. 지난한 과정 끝에 합의에 이르긴 했지만, GM 철수는 시간문제라는 것이 중론이다. 당시 상황을 잘 아는 한 변호사는 “지난해 말 계약 이후 GM 철수를 막을 장치는 이제 사실상 없다”고 말했다. 그는 “GM에서 새로 배정된 SUV 물량이 잘 팔리기 바랄 뿐”이라고 체념했다. SUV 판매량은 유가 상승에 취약하다. 제인스빌 폐쇄 또한 유가 상승이 큰 영향을 미쳤다.
‘부평 이야기’는 이제 시작이다. 지난해 GM 부평공장에서 내뱉은 ‘휴’가 언제 ‘아뿔싸’로 바뀔지는 아무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