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마트와 소상공인 간의 갈등이 9년 만에 재점화할 조짐이다.
롯데마트는 9년 전 ‘골목상권 침해’ 논란을 일으킨 ‘통큰 치킨’의 부활을 알렸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이른바 ‘통큰 갈등’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롯데마트는 창립 21주년을 맞아 28일부터 3일까지 ‘통큰 치킨’을 마리당 7900원에 판매하고 있다. 엘 포인트 회원의 경우 마리당 5000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2010년 12월 롯데마트가 통큰 치킨 판매에 나설 당시 프랜차이즈 본사, 가맹점주, 육계협회는 “대기업의 소상공인 죽이기”라며 크게 반발했다. 결국 롯데마트는 일주일 만에 통큰 치킨의 판매를 중단했다.
롯데마트가 논란의 중심이었던 통큰 치킨을 9년 만에 다시 선보인 이유는 ‘매출 부진’ 탓이다. 지난해 롯데마트 매출은 6조 3170억 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0.1% 역신장했다. 영업이익은 84억 원에 그쳐 같은 기간 79%나 줄었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동반 하락을 기록한 롯데마트는 비난을 무릅쓰고 ‘통큰 치킨’ 카드를 꺼내 들었다. 눈에 띄는 부분은 롯데마트가 9년 전과 같이 통큰 치킨의 가격을 5000원으로 책정한 것이다. 롯데마트는 9년 전과 같이 9~10호(850~950g)의 닭을 사용했는데 한국육계협회 시세정보에 따르면 생닭 10호의 가격은 3615원이었다. 여기에 염지 비용, 파우더(튀김가루) 비용, 기름값, 포장 비용이 더해져 최종적으로 치킨 가격이 결정된다. 롯데마트가 통큰 치킨을 처음 선보였던 당시 10호 생닭의 가격은 2000원대 초중반에 불과했다.
치킨 업계의 관계자는 “9년 전 통큰 치킨 가격도 5000원이었는데 롯데마트가 손실을 뻔히 알면서 당시와 같은 5000원에 판매하는 무리수를 두고 있다”며 “배달비나 마케팅 수수료 등 부담이 커진 치킨 프랜차이즈와 가맹점들이 절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의 가격”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통큰치킨의 부활로 가맹본부와 가맹점들이 오히려 폭리를 취하는 것처럼 비춰질까 두렵다”고 덧붙였다.
롯데그룹 계열사인 세븐일레븐도 사업 영역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치킨 업계를 위협하는 모양새다. 세븐일레븐은 최근 BBQ와 손잡고 일부 매장에서 치킨을 직접 조리해 판매하기 시작했다. 세븐일레븐 측은 치킨 판매 점포 확대를 고려 중이나 치킨 업계의 반발을 우려해 현재 10개 매장만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