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지만 다른 누군가의 불통에는 비난하면서 정작 자신의 불통은 원칙을 지키는 것이라고 스스로 자위하는 사람들이 더 많은 것도 현실이다. ‘소통령’이라고 불릴 정도로 평소 소통을 중요시하던 박원순 서울시장마저도 최근의 사회 분위기에 편승된 것인지 잇따라 소통 부재의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
박 시장은 1월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세상에 절대 안 되는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라고 말했다. 이는 서울시의 광화문광장 국제설계공모전 발표와 관련한 논란에 대한 해명이다.
서울시는 정부서울청사 주변의 광화문광장과 관련한 청사진을 마련해 발표한 바 있지만, 박 시장이 발표를 한 날,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그 설계안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 합의도 안 된 사안을 그냥 발표하는 경우가 어디 있느냐. 그냥 발표해서 여론으로 밀어붙이려는 것인가”라고 지적하며 불협화음을 냈다.
박 시장은 “이게 정부하고, 특히 청와대하고 저희들이 협력해서 그동안 쭉 추진해 왔던 일이다. 장관님이 무슨 뜻에서 그런 말씀을 하셨는지는 모르겠다”고 반박을 하며 서둘러 매듭을 지었지만, 박 시장의 발표 이전에, 장관과 시장이 조금만 소통했더라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다.
지하철 2호선 지하화와 관련해서도 비슷한 일이 이어졌다. 광진구는 18일 박 시장이 구청장들과의 면담에서 “지하철 2호선 지상 구간이 해당 지역의 우울한 그림자로 작용하고 있다. 서울시의 핵심 정책 연구과제로 착수해 다각적인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서울시는 이날 설명자료에서 “지하철 2호선 지하화는 사업의 경제성, 재원 문제로 당장은 추진이 어려운 실정이다. 지하철 2호선 지하화에 대해 추진 시기 등을 특정해 (자치구들과) 합의한 사항은 없다”고 말했다. 시는 이후 수정 자료를 통해 “아직 추진 시기 등을 특정한 것은 아니다”라고 표현을 바꿨다. 이는 광진·성동·송파구청장과 박원순 서울시장이 2호선 지하화에 대한 구체적인 추진 방안을 논의했다는 광진구청 보도자료에 대한 반박이다.
서울시는 “시장의 발언 내용은 사실이기는 하지만, 발언 취지는 지하철 지상 구간으로 인해 발생하는 생활권 단절 등 지역의 어려움에 공감한다는 뜻”이라며 곧바로 지하화 사업 추진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해석에는 선을 그었다.
‘견강부회(牽强附會)’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전혀 가당치도 않은 말이나 주장을 억지로 끌어다 붙여 조건이나 이치에 맞추려고 하는 것을 비유한 말이다. 도리나 이치와는 상관없이 자신의 주장만을 내세우면서 합당하다고 우기는 꼴이니, 지나치게 자신의 의견만을 고집하면서 다른 사람들의 견해에는 전혀 귀를 기울이지 않는 사람을 가리킬 때 자주 쓰는 표현이다.
박원순 서울 시장은 말 한마디 한마디를 잘 정리해 발언해야 한다. 의도가 드러나는 즉흥적인 말은 피해야 한다. 자칫 서울 시민들에게 혼란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skj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