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금융권에 따르면 비바리퍼블리카(토스)가 주도하는 ‘토스뱅크’가 신한금융의 이탈로 흔들리고 있다. 현대해상과 직방, 카페24까지 줄줄이 컨소시엄 불참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토스는 새롭게 주주를 구성해 예비인가 절차를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밝혔지만, 신한금융의 공백은 향후 인가 심사에서 상당한 타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제3인터넷은행의 흥행은 성공보단 ‘실패’에 가깝다. 지난달 11일 신한금융이 토스와 컨소시엄을 꾸리기 전까지 도전장을 내민 유력한 후보가 없었다. 이후 하나금융이 SK텔레콤, 키움증권과 손을 잡은 것이 전부다. 잠재적 후보로 거론되던 NH농협은행은 적당한 ICT 기업을 찾지 못하면서 인터넷은행 도전을 철회했다.
이는 ICT 기업에 대한 의존도와 무관치 않다. 인터넷은행에 진출해 성공적으로 자본금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ICT 기업과의 협업이 필수적이다. 개정된 은행법은 ICT 기업 지분을 50% 이상 보유한 기업에 ‘은산분리’ 제한을 풀고 있기 때문이다. 자금력을 갖춘 신한금융이 ‘토스’와 손을 잡은 이유다.
문제는 ICT 기업이 자금력을 갖춰야 한다는 점이다. 사실상 대주주 자격이 ICT 기업에 부여되기 때문에 은행업을 영위하기 위한 ‘총알’도 자체적으로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 신한금융이 토스와 결별한 배경도 이와 무관치 않다. 신한금융은 토스가 이러한 자금을 확보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을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그나마 자금력까지 갖추고 있던 네이버가 일찍이 불참 선언을 하면서 인터넷은행에 대한 인기가 급격하게 식은 것도 마찬가지다.
해외에서는 인터넷은행 진출에 있어 ICT 기업 의존도가 덜 하다. 특히 일본의 인터넷은행 세븐(Seven)은 대주주가 유통기업 세븐일레븐이다. 영국의 인터넷은행 몬조(Monzo)는 대주주가 사모펀드인 패션 캐피털(Passion Capital)이다. 이 밖에 은행, 증권, 보험, 카드, 유통사, 자동차 등 ICT 기업에 한정되지 않고 다양하다.
ICT 기업이 주도한 인터넷은행은 지속 가능성도 담보하지 못한다. 미국에서는 IT 기업이 주도한 인터넷 전문은행은 지금까지 생존하지 못했다. NARS 현안보고서가 작성한 ‘인터넷 전문은행 도입 현황과 개선과제’에 따르면 인터넷은행의 성공 요인에는 기술과 혁신성보다는 차별화된 고객 기반의 유무가 중요하다는 분석 결과를 내놨다.
이태규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해 12월 ‘해외 인터넷 전문은행의 최근 현황과 시사점’이란 보고서에서 “인터넷은행이 핀테크의 상징 격으로 거론되지만 정확하게는 산업융합의 한 예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특정기업(IT)을 우선시하는 규제는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