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칼이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 측의 주주총회 의안상정 가처분 신청 승소에 반발해 제기한 항고심에서 승소했다. 이로써 한진칼은 29일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KCGI 측이 제안한 감사·이사 선임 및 이사 보수한도 제한 등 안건을 상정하지 않을 전망이다.
21일 법조계와 한진그룹에 따르면 이날 서울고법 민사25부는 한진칼이 KCGI의 그레이스홀딩스를 상대로 낸 가처분 이의 신청을 인용했다.
그레이스홀딩스는 KCGI가 세운 투자목적회사로 한진칼 지분 12.01%를 보유한 2대 주주다. 한진칼은 한진그룹 지주사다.
한진칼은 지난달 그레이스홀딩스가 서울중앙지법에 낸 의안상정 가처분 신청이 일부 인용되자 이달 초 이같은 법원의 결정을 취소해달라고 서울고법에 항고장을 제출했다.
앞서 서울중앙지법은 그레이스홀딩스가 한진칼에 요구한 안건 가운데 김칠규 회계사의 감사 선임과 조재호 서울대 경영대 교수와 김영민 변호사의 사외이사 선임, 감사위원회 설치 시 조 교수와 김 변호사의 감사위원 선임 건을 올해 주총 의안으로 상정해야 한다고 결정한 바 있다.
당시 법원은 이사 보수한도 총액을 기존 50억 원에서 30억 원으로 줄이고 계열사 임원 겸임 시 보수한도를 5억 원으로 제한하는 안건과 감사 보수한도를 3억 원으로 제한하는 안건도 주총 안건에 포함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그러나 이날 서울고법이 1심 판결을 뒤집고 한진칼 손을 들어주면서 한진칼은 이달 29일 주총에 KCGI 측이 제안한 안건을 상정해야 할 의무도 사라졌다.
한진칼은 14일 이사회에서 정기 주총 일시를 확정하면서 KCGI 측의 주주제안에 대해서는 '조건부 상정'으로 모호한 결론을 내린 바 있다.
당시에는 항고심 판단이 나오지 않은 상황이었기 때문에 항고심에서 패소하면 KCGI 제안을 주총에 상정하고, 승소하면 상정하지 않겠다고 조건을 달았던 것이다.
KCGI는 자체적으로 사외이사를 추천하면서 "지배주주와 현 경영진의 사적 이익 추구 활동에 대한 견제와 감시를 위해서는 지배주주 및 현 경영진과 무관한 독립적인 사외이사를 새로 선임할 필요가 있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하지만 한진칼은 이런 주장을 무시하고 사외이사 후보로 주인기 국제회계사연맹(IFAC) 회장과 신성환 홍익대 경영학부 교수, 주순식 법무법인 율촌 고문을 추천했다. 한진칼은 감사위원회 신설에 따라 이 세 사람을 감사위원 후보로도 추천했다.
한진칼은 당시 추천한 사외이사 후보들에 대해 "그룹과 연관 없는 독립적인 인사들"이라고 강조하면서 비록 KCGI 제안을 그대로 수용하지 않았지만 시장의 우려를 충분히 고려해 추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로써 29일 주총에서 KCGI 측이 제안한 이사·감사 추천 등 안건이 상정되지 않게 됐다. 다만 석 대표의 재선임 여부와 이사 자격 강화 안건에 대해서는 '표 대결'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