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語 달쏭思] 질곡(桎梏)

입력 2019-03-1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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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 전북대 중문과 교수

일본의 역사 왜곡과 억지 발언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경제대국을 자부하는 일본이지만 역사의 질곡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계속 망언을 하는 것을 보면 참 가련하다는 생각이 든다. 얼마나 자신이 없고 떳떳하지 못하면 저렇게 기를 쓰며 역사를 왜곡하고 거짓말을 해대는 것일까?

질곡은 桎梏이라고 쓰며 ‘차꼬 질’, ‘쇠고랑 곡’이라고 훈독한다. 차꼬는 발에 채우는 족쇄(足鎖, 鎖:자물쇠 쇄)이고, 쇠고랑은 손에 채우는 수갑(手匣, 匣:작은 상자 갑)이다. 이런 형벌기구인 질곡은 후에 말의 용도가 확대되어 무언가로부터 벗어나지 못하고 거기에 얽매여 꼼짝달싹 못하고 있을 때 비유적으로 많이 사용하게 되었다. 실패의 질곡이 있는가 하면 일본처럼 역사의 질곡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 일본은 지금도 그들이 저지른 침략과 전쟁의 과정에서 스스로 차게 된 족쇄와 수갑에 꽉 묶인 채 불쌍한 변명과 거짓말을 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하비파자변, 하질곡자역변(荷琵琶者抃, 荷桎梏者亦抃)”이라는 말이 있다. 荷: 멜 하, 琵琶: 비파(중국의 악기 이름), 변:손뼉 칠 변. “비파를 맨 사람이 손뼉을 치니 형틀 맨 놈도 박수친다”는 뜻이다. 남은 진정으로 좋아서 손뼉을 치는데 수갑을 차고 족쇄를 찬 놈도 제 꼬락서니를 모르는 채 덩달아 손뼉을 친다는 뜻이다. 반성하지 않음으로써 죄를 떨쳐내지 못한 놈은 계속 질곡을 차고 있어야 한다. 일본, 국력이 세계 2~3위라며 잘사는 나라인 양 덩달아 박수를 치고 있지만 역사의 수갑과 차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 여전히 전범자이고 죄인일 뿐이다.

2년 전, 최순실의 국정농단으로 인해 탄핵을 당한 대통령에 대한 재판이 끝나기도 전에 사면을 거론하는 사람들이 있다. 탄핵을 받을 만큼 실정을 했는데 벌써 그 실정의 질곡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형량이 정해지지도 않았는데 사면을 하자고 하니 참 이해가 안 된다. 나만 이해가 안 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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