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미국의 경기 호조에 따른 임금 인상 붐을 타고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들도 두둑한 연봉을 챙겼다.
1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분석에 따르면 S&P500 기업 CEO 132명이 작년에 받은 연봉 중간 값은 1240만 달러(약 141억 원)로 2017년보다 6.4% 인상됐다. 매월 약 100만 달러씩 받은 셈이다.
WSJ는 S&P500 기업 중 15일까지 CEO 총보수를 공개한 132개 기업의 자료를 바탕으로 이같은 수치를 얻었다. 향후 다른 기업의 발표에 따라선 결과가 바뀔 수 있다. 지금까지 나온 평균치가 유지된다면 미국 대기업 CEO 연봉은 3년 연속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게 된다.
임원 보수 전문 컨설팅 업체 패리언트어드바이저스의 로빈 페라콘 설립자는 “경제가 견조한데다 시장도 호조를 보였고, 기업 실적도 좋았다”며 “CEO들은 지금이 자신들의 보수를 정당화할 수 있는 시기라고 본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물론 그들은 실적이 부진하면 보수를 깎아야 한다는 사실도 인식하고 있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일반 근로자들의 보수도 CEO 만큼은 아니지만 오르고 있다. 2월 비관리직 근로자의 평균 시급은 전년 동월 대비 3.5% 상승했다.
다만 CEO들의 인상폭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 WSJ는 132개 기업의 주가와 배당금을 반영한 총주주수익률은 2.9%로, CEO 연봉 인상률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고 지적했다. 또 이들 기업 중 3분의 1은 총주주수익률이 마이너스(-)10%이거나 그보다 더 나빴다. 이는 2017년 이들 기업의 총주주수익률이 21%를 기록했던 것과 대조된다.
CEO 중 최고 연봉자는 6600만 달러를 받은 월트디즈니의 로버트 아이거였다. 그의 연봉은 2017년보다 80%나 뛰었다. 그 다음은 금융서비스 업체 제프리스파이낸셜의 리처드 핸들러 CEO였다. 그는 1년 전보다 두 배 이상 많은 4470만 달러를 받았다. 3위는 의료장비업체 홀로직의 스티븐 맥밀런으로 그는 2017년보다 4배 가까이 급증한 4200만 달러를 챙겼다.
그러나 모든 CEO의 연봉이 오른 건 아니다. 47명은 오히려 연봉이 삭감됐고, 그중 22명은 삭감폭이 10% 이상이었다. 반도체업체 브로드컴의 혹 탄 CEO는 2017년 스톡옵션 실행분을 포함해 연봉이 1억300만 달러에 달했으나 지난해는 500만 달러로 급감했다. 브로드컴은 지난해 11월 4일 마감한 회계연도에 총주주수익률이 -12.9%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