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복장제를 시행하는 기업이 늘면서 구두 업계가 울상이다. 현대자동차는 이달부터 서울 양재동 본사 등 임직원을 대상으로 근무 복장 완전 자율화를 시행하고 있다. 넥타이를 풀고 재킷을 입는 비즈니스 캐주얼 수준이 아니라 티셔츠, 청바지 차림으로 근무해도 될 만큼 복장 규정을 완화했다. 업계에서는 현대차에 이어 기아차를 비롯한 그룹 내 다른 계열사로 이러한 움직임이 확산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처럼 기업 문화에 따라 정장 차림을 벗어던지는 사람들이 늘고, 그들이 구두 대신 운동화, 컴포트화 등 편한 신발을 찾으면서 구두 업계 판매율은 곤두박질이다.
12일 신세계백화점의 구두 매장 매출 신장률은 2017년만 해도 전년 대비 27.4%였지만 지난해 –4.9%를 기록해 감소세로 돌아섰다. 올해 2월까지의 신장률 역시 –2.6%로 적자를 면치 못했다. 오픈마켓 지마켓의 남성 정장구두 판매율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2017년 1~2월 판매 신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152%였지만 지난해 –23%로 적자 전환했고, 올해는 1%의 판매 신장률로 가까스로 플러스 신장했다.
이에 구두 브랜드들은 캐주얼 제품의 구성을 늘리며 매출 끌어올리기에 나섰다. 탠디는 올해 1~3월 선보인 캐주얼 신제품 물량을 전년 대비 20% 늘렸다. 탠디 측은 수요가 높은 캐주얼화 제품 구성을 다양화해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뜻이다. 실제 탠디의 캐주얼화 부문 매출 신장률은 지난해의 경우 전년 대비 15% 늘었고, 올해 3월까지의 매출 신장률은 전년도 같은 기간보다 20%나 뛰어올랐다.
반면 정장 구두 부문 성장은 부진하다. 지난 한 해 동안 탠디의 정장 구두 판매 신장률은 –10~15%로 나타났고, 올해 1~2월 판매 신장률 역시 -10%로, 전년도 같은 기간 판매율보다 마이ㅅ너스 신장세를 보였다.
업계 관계자는 “의류 트렌드에 따라 신발 트렌드도 바뀌는 중”이라며 “최근 캐주얼룩을 입고 출근하는 사람이 늘고, 출근 후에는 애슬래저룩을 찾는 사람이 늘면서 사람들이 정장 구두가 아닌 운동화, 컴포트화를 더 많이 구매한다. 변화한 트렌드에 맞춰 구두 업계는 캐주얼화의 디자인 수를 늘려 소비자의 선택지를 다양화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자율복장제와 함께 연이은 불황이 캐주얼화 바람을 이끌었다는 분석도 있다. 일반적으로 구두 브랜드의 정장 구두는 20만 원 후반에서 30만 원 초반의 가격을 형성하는 반면, 캐주얼화는 20만 원 초반대로 구두보다 저렴하다. 운동화의 경우는 10만 원 미만대로 구두 브랜드가 내놓는 캐주얼화보다도 훨씬 저렴하다.
실제로 탠디는 수입 라인인 T에디션을 구두보다 저렴한 캐주얼화를 선보였다. 탠디 측 관계자는 “가격대가 높은 정장 구두보다 저렴한 제품을 선보이기 위해 T에디션을 론칭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 역시 “캐주얼화 바람도 있지만 불황이 이어지다 보니 가격적으로 부담스럽지 않은 신발을 찾는 사람이 늘면서 비싼 구두가 아닌 캐주얼한 신발을 찾는 사람도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