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당 국민총소득(GNI) 3만 달러 시대가 열렸다. 이로써 인구 5000만 명 이상에 3만 달러 국가를 의미하는 3050클럽에 7번째로 가입하는 국가가 됐다.
3만 달러는 선진국 기준의 가늠자라는 점에서 반길만한 일이다. 하지만 양극화가 확산하면서 국민들이 실제 체감하기 어려운 것도 현실이다. 경쟁력 저하 등에 따라 성장률(GDP)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것도 풀어야할 과제다.
기존 3050클럽에 가입한 6개국이 2만 달러에서 3만 달러를 달성한 평균기간은 9.7년이다. 이에 따라 12년은 다소 긴 기간. 독일과 일본은 각각 5년으로 가장 짧았고,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각각 14년으로 우리보다 길었다.
한은은 중간에 글로벌 금융위기 기간이 있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반면 전문가들은 2만 달러 달성 이후 성장의 원동력이 빠르게 떨어진 것이 주된 요인이라고 봤다.
실제 2006년(5.2%)만 해도 5%대를 기록하던 성장률(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작년 2.7% 성장하는데 그쳤다. 그 사이 인플레이션을 유발하지 않으면서도 우리 경제가 성장할 수 있는 한도를 의미하는 잠재성장률도 2%대 후반으로 뚝 떨어졌다.
국민경제의 소비여력이나 소득수준을 나타내는 국민총소득(1.0% 성장)이 GDP 성장률보다 낮은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8년(0.1%)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빠른 속도로 3만 달러를 돌파했다면 본격적인 선진국 대열에 참여했다고 볼 수 있었을텐데 속도가 느려지면서 본격적인 선진국 진입의 힘이 조기에 약회된 것은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우선은 물가와 환율 안정을 통해 3만 달러를 지속할 수 있도록 하는게 중요하다”며 “성장률을 높이고 일자리를 늘려 3만 달러 시대를 체감할 수 있도록 하게끔 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중국 추격으로 산업경쟁력이 약화하고 있다. 이를 높이기 위해 산업정책과 신산업 육성책이 필요하다. 단기적으로는 기업이 투자를 늘릴 수 있도록 체감할 수 있는 정부의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사회적 자본을 충족하기 위한 노력도 주문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3만 달러 시대를 체감하기 어려운 것은 양극화와도 관련이 있다. 집값 대비 소득 등 상대적 크기가 크기 때문”이라며 “불공정거래나 약육강식, 지대추구(rent-seeking)가 확산하면서 부족해진 사회적 자본을 상호 신뢰개선과 함께 세금체계 개편, 불공정거래 처벌 강화 등 제도개혁을 통해 높여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