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기록·기억의 힘 대단…한·일 적대 관계 끝내고 평화 체제 만들어야”

입력 2019-03-0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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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과 기억의 힘은 대단하다. 영원히 사라질 수도 있기에 채증하고 기억하고 정리하고 연구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생각하게 됐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3일 정진성 서울대학교 명예교수와 ‘2000년 여성법정 이야기’를 주제로 펼친 대담에서 최근 개관한 위안부 기록물 전시회 ‘기록 기억: 일본군 위안부 이야기, 다 듣지 못한 말들’ 관람 소회를 밝혔다.

2000년 12월 도쿄에서 열린 ‘2000년 여성법정’은 아시아 9개국이 참여한 국제시민법정이다. 법적 구속력은 없으나 전시 행해지는 여성 폭력의 심각성을 국제적으로 공유하고, 남북 검사단과 피해자가 한 팀이 돼 위안부 문제를 공동 기소한 법정으로 눈길을 끌었다.

당시 남측 대표검사로 참여한 박 시장은 이날 위안부 문제에 뛰어든 계기, 재판 준비 과정, 남북공동기소 배경 등을 털어놨다. 박 시장은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고문변호사로 활동하다가 2000년 역사법정 마지막 단계에서 긴급 호출됐다. 연구는 많이 돼 있었지만 재판은 판사를 설득해야 하는 일인데 기술이 부족했다”며 “서두에 북한 연설을 배치하고 우리 증거로 뒷받침하는 PT를 만들어 유죄판결을 받아냈다”고 회상했다.

박 시장은 “서양에선 독일 나치의 2차세계대전 책임이 모든 역사서에 잘 기록됐으나 아시아 지역 전쟁 문제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세월이 흐를수록 연구하고 남기는 게 매우 중요하다”며 기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그러면서 “마쯔이 야요리 선생처럼 일본에서도 정신대 문제, 2000년 법정에 관심 갖고 깊이 반성하며 운동을 도운 분들이 상당하다”며 ”너무 일본을 적대적으로 봐선 안 된다. 일본 풀뿌리 시민운동은 (한국에) 협조적이었다 ”고 덧붙였다.

박 시장은 과거 청산, 동북아 평화 등 시대 과제도 언급했다. 박 시장은 “잘못된 과거는 청산되지 않는 한 계속된다. 위안부 문제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의문사 사건 등 인권 분야에서도 백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과제가 남아있다”고 말했다. 이어 “유럽은 2차대전 이전에도 1차대전, 백년전쟁 등 피로 얼룩진 전쟁의 역사였다. 하지만 현재 초국가적인 EU가 탄생하는 등 평화 유럽이 건설됐다”며 “일본과 한국은 여전히 전쟁 영향이 남아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 “과거 잘못을 제대로 처리하고 극복해 아시아도 유럽과 같은 평화 체제를 만들어야 한다. 적대 관계가 계속된다면 양국이 불행하다”며 “국가 관계가 아니라 민간, 지방정부 관계에서 끊임없는 우정을 축적해 좀더 근본적이고 지속가능한 평화체계로 가야한다”고 제시했다.

한편 서울시와 서울대 정진성 연구팀은 위안부 피해자 고(故) 박영심 씨가 포로로 잡혀있을 당시 만삭이었던 모습이 담긴 사진 등 3장의 사진 실물을 비롯해 그간 발굴한 사료, 사진, 영상, 증언 등을 이야기로 엮은 전시회 ‘기록 기억’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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