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중장기 투자 전략을 확정해 발표한 배경에는 ‘경영목표 및 미래 전략의 부재’가 향후에도 언제든 외부공격세력에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자리잡고 있다.
지난해 지배구조 개편 당시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 이외에도 주요 의안자문기관까지 등을 돌린 이유를 현대차가 분석한 결과다.
본격적인 ‘지배구조 개편 재추진’이 시작된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27일 현대차가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개최한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주주와 애널리스트 등을 대상으로 발표한 중장기 경영 전략 및 중점 재무 전략 세부안은 오랜 시간 철저한 분석을 바탕으로 꼼꼼하게 짜여졌다.
먼저 2019~2023년 사이 45조 원이 넘는 연구개발과 미래차 투자를 단행한다.
이 가운데 상품경쟁력확보에 20조3000억 원, 시설 장비 유지보수와 노후 생산설비 개선 등에 10조3000억 원을 각각 투입한다.
100여 년 만에 찾아온 자동차 산업 패러다임 대격변기를 맞아 미래차 사업의 본원적 경쟁력 강화를 위한 차원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2022년까지 기준 영업이익률 7%, 자기자본 이익률(ROE) 9%도 공언했다. ROE는 투입한 자기자본이 얼마만큼의 이익을 나타내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ROE가 9%면 100억 원의 자본을 가지고 9억 원의 이익을 냈다는 의미다. 지난 2013년 18.6%에 달하던 현대차의 ROE는 지속적으로 하락해 2% 미만으로 추락했다.
7% 영업이익률 달성을 위해 △글로벌 점유율 확대 △원가 구조 및 경영 효율성 개선 △제품 믹스(구성) 개선 및 브랜드 제고 등에 나선다.
경쟁력 있는 신차를 꾸준히 출시해 미국, 중국 등 주력 시장의 점유율을 회복하고 인도 등 신흥국 시장에서 계속 선전하는 한편 아세안을 비롯한 신규 시장 진출도 적극 추진한다.
또 현대차는 약 14조∼15조 원의 필수 유동성을 확보해 나가기로 했다.
경영 활동에 필요한 최소 운전자본과 매년 1조 원 이상의 시장 친화적 배당을 위한 재원 확보를 위해서다.
이밖에 미래 전략투자 및 신차 라인업 확대를 위한 자금력 유지, 대규모 일회성 비용 발생 가능성이 높은 자동차 산업의 특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는 게 현대차의 설명이다.
글로벌 완성차 업계는 운전자본, 우발 위험 대응, 기타 사유 등에 대비해 약 24조∼25조 원의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다.
이날 중장기 경영전략을 밝힌 것은 어느 정도 예견된 수순이었다.
현대차는 지난해 엘리엇의 반대로 개편안이 무산된 뒤 철저한 분석과 시나리오를 통해 지배구조 개편 재추진을 준비해 왔다.
구체적인 대안을 마련한 가운데 엘리엇 측의 움직임을 살폈고, 다음달 주총을 앞두고 엘리엇 측이 과도한 배당과 이사회 구성원 추천을 통보하자 곧바로 맞대응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역시 단호하게 엘리엇의 제안을 거절하면서도 근본적으로 외국인 주주의 공감대를 얻을 수 있는 경영전략과 투자규모 등을 준비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원희 현대차 사장은 “경쟁력 제고를 위한 투자 확대로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구축하고 다각적인 주주가치 제고 노력을 통해 약속한 수준 이상의 ROE 달성을 조기에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관계자는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치밀하게 전략을 짠 것으로 보인다”며 “과감한 투자규모가 인상적”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