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시밀러 삼형제를 등에 업고 질주하던 셀트리온그룹의 수익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가 지난해 나란히 ‘어닝 쇼크’를 기록한 것. 매출액은 사상 최대치를 이어갔지만, 성장세가 한풀 꺾이면서 1조 원 달성에 실패했다.
셀트리온은 연결재무제표 기준 지난해 영업이익 3387억 원을 기록했다고 25일 공시했다. 이는 전년(5078억 원) 대비 33.31% 감소한 규모다. 앞서 셀트리온의 영업이익 시장 추정치(컨센서스)는 실적 부진 전망이 불거지면서 3805억 원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실제 영업이익은 이보다도 11% 가까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당기순이익 역시 1300억 원 이상 감소한 2536억 원에 그쳤다.
수익성 악화의 가장 큰 원인은 바이오시밀러의 공급 단가가 인하됐기 때문이다. 시장 선점을 무기로 가파르게 성장했던 셀트리온의 ‘램시마’는 바이오시밀러 시장의 경쟁이 심화하면서 가격 인하를 피할 수 없게 됐다. 또한, 해외 직판을 추진하기 위해 재고 물량을 감축한 점이 영향을 미쳤다. 후속 바이오시밀러 연구 등을 위해 전체 임직원 수의 15%에 달하는 260여 명의 인력을 추가 채용하면서 비용도 늘었다.
셀트리온 측은 “실적 감소는 송도 1공장 증설로 인한 일시적 비용 발생 및 바이오시밀러 가격 경쟁력 제고를 위한 계약금액 조정, 인력 확충에 따른 인건비 상승 등의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매출액은 9821억 원으로 3.48% 증가했다. 2017년 40%대 매출 성장을 이룬 것에 비하면 정체한 수준이다. 연매출 최대 기록은 경신했지만, 일각의 기대를 모으던 ‘1조 클럽’에는 진입하지 못했다.
매출은 2017년 2분기 유럽에 출시한 혈액암 치료용 바이오시밀러 ‘트룩시마’와 지난해 2분기 유럽 출시한 유방암·위암 치료용 바이오시밀러 ‘허쥬마’의 수요 급증, 테바의 편두통 치료제 ‘아조비’ 위탁생산 등에 힘입어 증가했다. 그간 매출 포트폴리오에서 자가면역질환 치료용 바이오시밀러 램시마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해왔던 것과 달리 지난해 매출 품목 및 비중은 트룩시마와 허쥬마로 다변화됐다.
셀트리온보다 먼저 지난해 실적을 발표한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적자 전환으로 곤두박질쳤다. 지난해 영업손실은 252억 원으로 잠정 집계됐으며, 매출액은 7135억 원으로 전년 대비 22.5% 감소했다. 매출 감소는 바이오시밀러의 해외 판매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2013년 이후 처음이다.
글로벌 시장에 ‘K-바이오시밀러’를 전파한 셀트리온의 기세가 꺾이면서 미래 성장성을 염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날 셀트리온은 공장 증설을 통한 연간 4조 원 규모의 바이오시밀러 생산력 확보 계획을 밝히며 주주달래기에 나섰다.
셀트리온은 기존 1공장 5만 리터 규모의 생산능력을 10만 리터 규모로 확대하기 위한 증설 공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기존 설비와 신규 설비를 연계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1공장 가동을 중단한 바 있다. 1공장 개선작업 및 증설 연계 작업을 완료해 2월 초부터 기존 5만 리터 설비의 생산을 본격 재개했으며, 추가 증설 중인 5만 리터 설비도 올해 상반기 설비 준공, 하반기 상업 생산 돌입을 목표로 공사 진행 중이다. 1공장 기존 설비의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공사가 완료된 만큼 올해 1공장 생산 수익성이 대폭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올해 셀트리온은 △1공장 증설 완료 후 상업 생산 돌입 △램시마SC 제형 유럽 허가 △케미컬의약품 사업 본격화를 도약의 구심점으로 삼아 글로벌 제약·바이오 시장에서 제2의 도약을 다질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램시마SC가 상업화 되면 적정 체내 약물농도를 유지 관리하는 ‘투트랙 치료옵션’을 제공해 의료계의 수요를 한층 확대하고, 직접 생산과 직접 유통을 통한 원가경쟁력을 확보해 바이오의약품 시장 판도를 바꿀 것”이라면서 “바이오시밀러 제품의 가격경쟁력 확보와 동시에 늘어나는 수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전략이 지속적인 성장의 밑거름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