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부평힘찬병원에서 만난 서희원(43.아브라크마노바 스베틀라나)의료 코디네이터는 자신의 직업에 대해 이렇게 얘기한다.
2000년 한국인 사업가와 결혼한 후 한국으로 온 키르기스스탄 출신 서 씨가 이 직업을 택한 이유는 의료계에 종사하고 싶은 간절한 마음 때문이었다. 한국에 오기 전 키르기스스탄 국립의과대학를 졸업한 그는 인턴과정과 전문의 수련과정을 거친 산부인과 의사였다. 한국에서 의사를 할 수 없었기에 대체 직업을 찾은 것이 의료 코디네이터였다. 서 씨는 이 직업을 갖기 위해 의료 관광 코디네이터 과정을 수료하고 간병인 교육도 받았다. 이후 연세대 세브란스병원과 인하대병원 등에서 의료 코디네이터로 일한 후 2016년 10월 부평힘찬병원에 스카우트됐다.
이처럼 많은 경험과 그만의 의학적 지식은 현장에서 다른 의료 코디네이터들과의 차별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의사 출신인 만큼 통역 역할에서 더 나아가 환자들에게 진료 내용 및 수술 결과 등에 대한 깊이있는 설명이 가능해서다.
서씨는 “현재 한국에서 일하고 있는 의료 코디네이터들 대부분 의학적 지식이 없어 간혹 단어를 잘못 이해하고 잘못 통역하는 실수도 일어난다”며 “과거에 했던 의대 공부가 의료코디네이터로 일하는데 강점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 덕분에 입소문을 듣고 그를 찾는 해외환자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그는 “부평힘찬병원에서만 지금까지 300여 명의 환자를 유치했다”며 “러시아 환자가 85%이며 카자흐스탄, 몽골 등 중앙아시아에 이어 한국과 2~3시간 거리인 극동러시아 지역(사할린, 블라디보스톡) 환자들도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이 한국을 찾는 이유는 현지 의료환경이 그만큼 열악하기 때문이다. 서씨는 “중앙아시아·극동러시아 지역의 의료기기와 의사들의 기술 등 모든 의료환경이 한국의 20~30년 전 모습”이라며 “2015년 전까지는 환자들이 치료를 위해 유럽을 찾았지만 이제는 일본, 싱가포르보다도 한국의료에 대한 신뢰가 높다”고 설명했다.
한국을 찾는 해외 환자들을 돌보며 의료 코디네이터로 지내온 지 10여 년이 된 서 씨는 ‘한국의 의료 서비스를 받고 건강을 되찾아 고국으로 돌아가는 환자들의 모습’에서 보람을 찾는다고 말한다. 서씨는 “걸을 수 없거나 앉을 수 없었던 환자들이 한국에서 치료 후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며 “고국에 돌아가서도 달라진 생활들을 SNS를 통해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의사 경력을 바탕으로 해외환자들을 위해 러시아와 한국의 의료를 비교하는 책 집필도 진행 중”이라며 “앞으로 해외 의료 환자들이 한국의 선진 의료 서비스를 통해 건강을 되찾도록 하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포부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