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의 ‘노동이사제’에 대한 관심이 높다. 지금껏 없던 제도라 이를 두고 우려와 기대의 목소리가 공존한다. 하지만 각 은행이 추구하는 방향은 조금씩 다르다. 따라서 전부 노동이사제라고 묶어 표현하는 것은 내용을 왜곡할 수 있다. 개념을 포괄하는 단어를 단순화시키면 이에 대한 논의도 발전하기 어렵다.
노동이사제는 노동자 대표가 사외이사로 근무하는 것을 말한다. 여기서 노동자 대표는 노조 조합원이어도, 아니어도 관계가 없다. 회사 내에서 노동자의 입장을 반영하는 대표자가 선출되면 그만이다. 이사 후보 추천위원회와 주주권리를 통해서도 가능하다.
현재 우리나라 법은 사외이사에 노동자 대표 선임을 강제하지 않는다. 서울시에서 시작한 ‘노동이사제’도 시행령을 통한 방식이다. 이번 정부의 공약이기 때문에 공기관에서나 가능한 얘기다. 은행권 노조를 대표하는 전국금융산업노조의 방향은 이것과 같다. 노동자 대표가 사외이사에 무조건 선임될 수 있는 법 조항을 만들자는 주장이다.
하지만 산하 노조인 KB국민은행 지부와 IBK기업은행 지부의 방향은 다르다. 이들도 금융노조의 방향엔 공감하지만, 실현 가능성이 낮다고 인지한다. 이 두 노조는 노조가 추천하는 대표자를 사외이사로 선임하려는 목적을 공유한다.
‘노동자 대표’가 사외이사가 되는 것과, ‘노조가 추천한 인사’가 대표성을 띠고 사외이사가 되는 것은 다르다. 후자는 노동자의 대표성이 조금 옅은, 덜 급진적인 주장이다. 은행 노조도 ‘노동이사제’로 불리는 것을 경계한다.
추천방식에서 국민은행 지부와 기업은행 지부의 방식이 갈린다. 국민은행 노조는 소액 주주권을 통해 이사를 추천하지만, 기업은행 노조는 그렇지 않다. 국민은행 노조는 절차상에 법적 하자가 없는 방식이다. 따라서 국민은행 노조는 더 면밀하게, ‘사외이사후보 주주제안’이라고 주장한다. 주식회사의 이사회에서 소액주주권은 대개 큰 목소리를 내기 어렵다. 매번 국민은행의 시도가 물거품이 되는 이유다.
그렇다고 기업은행 노조의 주장이 허황된 것은 아니다. 기업은행은 시중은행이지만, 정부가 지분을 보유한 국책은행이기도 한다. 사외이사 선임에 국가개입 여지가 있다. 원칙적으로 중소기업은행법에 따라 사외이사 추천 권한을 확보해야 하지만, 노조가 “금융위가 승인하면 문제가 없다”고 말하는 근거가 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