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적다고 해도 또한 자유 독립의 생각을 쉴 때가 없다. 조선 2천만의 남녀노소 모두 그렇지 않은 자가 없다."(김봉성, 학생, 20세)
"나의 조선 독립운동에 대한 목적 및 행위는 정의와 인도에 따른 것이니 죄로 인정해서는 안 될 뿐만 아니라 동양인의 조선민족의 당당한 행위이고 공명정대한 목적이므로 죄에 대해 불복하고 상고한다."(김수영, 교직원, 37세)
서울 중구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앞 '미디어폴'에 내걸린 '상고의 이유'다. 3·1운동 과정에서 체포돼 재판을 받은 평범한 조선인들은 고등법원에 이같이 상고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최종심을 맡은 일제 조선총독부 고등법원은 상고를 기각했고, 1919년 6월 최종심에서 유죄 판결을 내렸다.
조선총독부 판결문에는 간절했던 시민들의 독립에 대한 염원이 그대로 담겼다. 22일 대한민국역사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개막하는 특별전 '대한독립 그날이 오면'은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에 참여한 사람들 가운데 잘 알려지지 않은 역사를 조명하기 위해 기획됐다. 100년 전 나라를 위해 발벗고 싸웠던 '보통 영웅'들의 숨겨진 이야기를 들여다 볼 수 있다.
이번 전시는 대통령 직속 3․1운동 및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 행정정부 국가기록원, 문화체육관광부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이 공동 주최한다. 특히 행안부 국가기록원과 문체부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이 힘을 모아 기획된 전시라는 점이 눈길을 끈다.
주진오 대한민국역사박물관장은 이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전시는 위대한 독립 운동가, 영웅 뿐만 아니라 우리에게 알려지지 못했던 민초라 할 수 있는 수많은 보통사람들의 이야기에 주목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3·1운동과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년이 된 현재 시점에서 우리는 편안하게 이를 기념하지만, 선열들의 마음과 정성을 다시 한번 되새기는 시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조명되지 못했던 여성 독립운동가에 대한 전시도 마련됐다. 박현 학예연구사는 "대한민국 최초 여성기자 최은희를 비롯해 김마리아, 배화여고 시위 장면 등을 담은 전시 공간이 있다"며고 설명했다.
전시는 총 3부로 구성됐다. 3·1운동에 참여했던 사람들의 인생을 보여 주는 1부 '1919년을 가슴에 품다', 임시정부에서 활동했던 독립운동가들의 활동상과 활동 공간을 조명한 2부 '임시정부 사람들 조국을 그리다', 해외에서 독립을 위해 애쓴 한인들과 그 후손들의 모습을 조명하는 3부 '고향, 꿈을 꾸다'이다.
이소연 국가기록원장은 "3·1운동은 알려지지 않은 수많은 숨은 영웅이자 지금의 나와 다를 바 없는 우리 국민이 자발적으로 참여한 평화 시위"라며 "이번 전시를 통해 많은 분이 3·1운동의 정신을 되새기고 우리 국민의 저력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 됐다면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