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 장비 제조업체 대표 A씨는 난감한 상황에 빠졌다. 4000억 원이 넘던 연 매출이 1000억 원대까지 떨어지면서 회사가 침체돼 투자를 통한 실적 제고가 필요한 상황이지만, 상속세 문제를 생각하면 마음이 복잡하다.
A씨는 71세로 조만간 경영에서 물러날 계획인데 현재 매출액 기준으로 가업상속공제(연 매출 3000억 원 미만)가 적용돼 상속세 부담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A씨는 투자를 하자니 상속세 220억원을 내야하고, 투자를 안 하자니 경쟁에서 뒤쳐지게 될 것 같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가업 상속 공제 대상을 현행 매출 3000억 원 미만에서 1조 원으로 확대하면 매출 확대와 고용 증대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기업의 상속세 부담을 줄이면 투자 확대 등으로 기업을 키우고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란 주장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이 라정주 파이터치연구원 원장에 의뢰해 경영자 능력을 내생화한 세대중복모형을 사용해 상속공제 효과를 한 세대(20년) 동안의 경영성과로 산정한 결과 가업 상속 공제 대상을 확대하면 78개 기업의 매출은 52조 원이 늘어나고 일자리는 1770명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 3000억 원에서 1조원 사이 상장기업(공기업 제외) 중 대주주가 개인인 78개사를 분석하자 총 1조7000억 원의 상속세 감면을 받게 되고, 이는 해당 기업의 자본 증가로 이어져 매출과 고용 증가가 이뤄진다는 분석이다. 제조업은 장기적으로 핵심기술 축적과 생산 노하우 전수를 통해 부가가치를 창출하기 때문에 영속성이 필요한 업종으로 가업상속 효과가 크다.
한경연은 상속세 부담 완화로 자본상속에 대한 한계효용이 증가함에 따라 기업들이 투자를 증가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가족기업을 하는 경영자들은 기업을 소비재산이 아닌 자산으로 인식하기 때문에, 상속공제의 확대는 기업가로 하여금 후대에 물려주는 자산이 많아지도록 생산과 고용에 투자하게 함으로써 기업을 더욱 성장시킨다는 것이다.
라정주 원장은 “상속세 하나만으로도 경영성과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하다”며 “비상장 포함 전체 기업 대상으로 확대할 경우 그 효과가 더 커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경연은 과도한 상속세 부담이 기업성장을 위한 투자를 주저하게 한다며 가업상속공제 제도 개선으로 기업성장의 방해요인 제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경연은 “개인이 상속세 재원을 따로 마련해 두기가 어렵고, 상속받은 주식의 현금화도 어렵다”며 “특히 매출 3000억 원 가까이에 있는 기업들이 상속세 부담과 성장사이에서 고민이 많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한경연은 공제 대상 확대와 함께 사후 요건 완화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우리나라 가업상속공제 이용실적은 62건, 공제금액 859억원(2011~2015년 평균)으로 각각 1만 7000건, 60조 원인 독일에 비해 활용도가 현저하게 낮다. 상속 전후 가업영위 기간, 지분보유 의무기간 등 요건이 까다롭기 때문이다.
특히 현행 10년간인 대표이사 직책 유지 기간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업이 경영상황에 따라 전문 경영인을 활용하는 것이 효율적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상속후 최소 경영기간(10년)은 일본(5년), 독일(5년)에 비해 2배가량 길다.
또한 가업상속 이후 업종 변경을 금지하는 것도 현실에 맞지 않는 과도한 요건이라고 지적했다. 빠르게 변하는 시장상황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업종변경 등 유연성이 필수적이다.
추광호 일자리전략실장은 “최근 정부에서 가업상속공제 완화 방침이 논의되고 있고 국회에서도 관련 법안들이 발의된 만큼 이번 기회에 제도개선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