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기 업계, "'규제샌드박스'보다 대규모 투자ㆍ의료계 풍토개선 선행돼야"

입력 2019-02-19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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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T 규제 샌드박스 1차 신기술·서비스 심의위원회 개최(연합)
▲ICT 규제 샌드박스 1차 신기술·서비스 심의위원회 개최(연합)
의료기기 업계가 ‘규제샌드박스’에 시큰둥한 반응이다.

19일 업계는 의료계의 밥그릇 싸움과 대기업 제품에 대한 선호도 등 의료기기 시장의 장애물들을 걷어내지 않는 한 단순히 규제샌드박스만으로 시장의 폭발적인 변화는 없을 것이란 입장이다.

의료기기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한 대표는 규제샌드박스보다도 저조한 투자와 국내외 대기업 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국내 의료기기 산업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국내에서 기술 인정을 받으면 최대 2억원까지 지원금을 받을 수 있지만 의료기기 인증을 받은 후 제품을 만들어 수익을 내고 기업을 만들기까지는 턱 없이 부족한 금액”이라며 ”국내에서 의료기기 창업을 한다면 뜯어 말리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의료기기 인증을 받기 위한 기간을 버티고 제품 상용화 단계까지 초창기 수 억원의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기업들이 많지 않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러면서 그는 “중국 의료기기가 급속도로 성장하는 이유는 기본 5억원 이상 정부와 기업의 투자가 이뤄지는 데 있다”며 “대기업 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국내 의료계 풍토에서 중소 의료기기 기업의 생존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특히 업계에선 이번 규제샌드박스 철회를 요구하는 의료계의 반발로 결국 정부가 이들의 눈치를 보며 용두사미로 끝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또 다른 의료기기 대표는 “의료계 밥그릇 싸움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라며 “도서산간 지역 및 보건소 등 만성질환 관리를 위한 원격의료 시도가 한발짝도 못나가는 이유도 다 이런 환경 탓”이라며 씁쓸해했다.

실제로 의료계는 이번 규제샌드박스 1호인 손목시계형 심전도 측정기를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라 지적하며 즉각적인 폐기를 요구하고 나서고 있다.

이번 규제샌드박스 1호로 지정된 손목시계형 심전도 측정기는 2000명 이내의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다. 이 장치를 착용한 환자는 장치가 보낸 데이터를 근거로 의사로부터 내원 안내를 받을 수 있다. 의협은 의사가 심전도를 판독하고, 의사-환자 간에 병원 내원여부를 결정·안내하는 것 자체가 이미 의사의 의학적 판단과 소견이 바탕이 돼야만 가능한 원격의료라는 주장이다.

정부는 이 같은 반발을 예상한 듯 이번 특례가 원격진료를 본격화하는 것은 아니라며 선을 그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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