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개발연구원(KDI)은 12일 ‘경제동향 2월호’를 통해 ‘최근 우리 경제는 생산과 수요 측면에서 경기 둔화 추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해 12월 전산업생산은 광공업생산과 서비스업생산 모두 낮은 증가세를 보이면서 전월 대비 0.3%의 증가율에 그쳤다. 특히 광공업생산은 전년 동월(-4.8%)의 기저효과에도 불구 1.6% 증가에 머물렀고, 건설업생산은 전월(-10.4%)에 이어 9.5% 감소하며 부진을 이어갔다.
서비스업 생산도 대부분 업종에서 미약한 증가세가 유지되면서 0.8% 증가율을 기록했다. 12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전월(98.3)보다 낮은 98.1을,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도 전월(98.7)보다 떨어진 98.5를 보이며 하락세를 이어갔다.
12월 소비판매액은 전월(1.0%)보다 높은 3.0% 증가율을 보였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우려스러운 부분이 있다. 전년 평균 증가율인 4.2%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소비자심리지수도 전월 대비 소폭 상승한 97.5를 기록했지만, 여전히 기준치인 100을 밑돌고 있다.
앞으로 경기를 예측할 수 있는 설비투자는 감소 폭이 확대됐다. 운송장비가 일부 개선됐지만, 기계류 부진이 심화해서다. 설비투자는 지난해 11월 -9.3%에 이어 12월 -14.5% 더 떨어졌다. 같은 기간 기계류는 -14.6%에서 -21.1%로 낙폭을 키웠다.
국내기계수주액은 11월(-19.7%)에서 12월 14.2%로 증가했지만 1월 자본재 수입액은 반도체제조용장비 수입이 68.5% 감소하는 등 21.3% 줄며 부진을 이어갔다.
12월 건설수주도 주거건축을 중심으로 축소하고 있다. 토목 부문이 철도·궤도, 기계설치 중심으로 27.6% 증가했으나 건축부문은 주택 부문 중심으로 17.6% 감소, 전체 건설수주는 7.0% 줄었다. KDI는 주택인허가와 주택착공의 감소세가 지속하면서 앞으로도 주거건축의 부진이 지속할 것으로 전망했다. 건설기성은 건축과 토목 모두 부진하면서 전월(-10.4%)에 이어 9.5% 감소했다.
수출은 ‘반도체 붕괴’로 큰 타격을 받고 있다. 1월 수출 증가율은 전월(-1.3%)보다 낮은 -5.8%를 기록했다. 반도체의 영향이 컸다. 반도체는 -23.3%로 급락했고, 석유화학(-5.3%), 석유제품(-4.8%), 선박(-17.8%) 등도 감소했다. 수출 감소로 무역수지도 전년 동월(34억 3000만 달러) 61.3% 감소한 13억 3000만 달러에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