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고용 경기부진이 그나마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오던 소비·수출까지 확대되는 양상이다. 특히 대외여건이 악화하면서 우리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하던 반도체 수출에 비상이 걸렸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3일 발간한 ‘경제동향 1월호’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내수 부진이 이어지고 수출도 위축되는 등 경기 둔화 추세가 지속되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또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등 수출여건도 점차 악화하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우선 내수는 전반적 부진세다. 산업활동에선 지난해 11월 광공업생산과 서비스업생산의 동반 부진으로 전산업생산의 전년 동월 대비 증가율이 전월 6.9%에서 0.2%로 축소됐다. 광공업생산 중 반도체와 서비스업생산 중 보건·사회복지는 양호한 증가세를 이어갔으나, 이를 제외한 대부분의 업종과 산업에서 증가세가 둔화했다. 건설업생산도 감소세가 이어졌고, 제조업 출하는 감소로 전환됐다. 이런 가운데 제조업 재고율은 전월 107.7%에서 112.3%로 급등했다.
소비 증가세도 둔화하고 있다. 11월 소매판매액 증가율은 9~10월 평균(2.8%)보다 낮은 1.0%를 기록했고, 12월 소비자심리지수는 97.2로 전월(96.0)에 이어 기준치(100.0)를 하회했다. KDI는 “소매판매액이 미미하게 증가한 가운데, 소비자심리지수도 낮은 수준에 머물면서 민간소비의 증가세가 둔화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판단했다.
투자는 반도체설비 증축에 따른 일시적 반등이 끝나고 다시 하락으로 전환됐다. 설비투자의 선행지수인 자본재 수입액도 12월 전년 동월 대비 24.7% 줄었다. 건설투자도 어렵긴 마찬가지다. 건설기성(시공실적) 10.6% 감소한 데 더해 선행지수인 건설수주도 3.3% 줄었다.
무엇보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 12월 수출은 전월 4.1% 증가(전년 동월 대비)에서 1.2% 감소로 전환됐는데, 주로 반도체(-8.3%), 석유화학(-6.1%) 등 주력품목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선박 증가세(26.3%)도 이를 상쇄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이번 경제동향에는 포함되지 않았으나, 반도체의 경우 이달(1~10일) 수출액도 전년 동월 대비 27.2% 급감했다.
수출여건도 점차 악화하는 양상이다. KDI는 “세계 경제는 성장세 둔화에 대한 우려가 지속되는 가운데, 최근에는 미국의 정책 불확실성도 확대되며 추가적인 불안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세계 산업생산 등 대다수 실물지표가 부진한 모습을 나타냈으며, 기업심리지수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선행지수도 향후 세계 경기가 둔화할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