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사용 줄이기, 버려진 원단 재활용하기, 생산부터 완제품까지 모든 공정이 윤리적이라는 인증 받기 등 유통업계에 번진 친환경 마케팅이 일시적 현상이 아닌 일상이 될 수 있을까. 이탈리아 소재 기업 알칸타라가 개최한 ‘제5회 국제 지속가능성 심포지엄’에 참여한 공정패션센터(The Fair Fashion Center·FFC) 설립자 카라 스미스 씨는 8일 이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지속가능한 패션이 업계의 주류로 자리잡기 위해 환경, 인류 등 거대 담론이나 당위성만 강조해선 안 된다. 그 자체로 매력적이고, 재밌고, 예쁘고, 즐거워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스미스 씨는 지속가능한 패션을 주류 반열에 올린 ‘파타고니아’ 브랜드를 예로 들었다. 그는 “파타고니아는 ‘꼭 필요하지 않으면 옷을 사지 말라’, ‘그 어떤 제품을 만들어도 환경 파괴는 피할 수 없다’고 마케팅했다”며 “제품을 만들 때도 환경 파괴를 최대한 줄이는 선에서 친환경 재료를 썼고 모든 공정이 윤리적이라는 걸 보여줬다. 파타고니아가 보낸 메시지와 그 가치에 공감한 사람들이 파타고니아를 찾으면서 업체의 수익성까지 좋아졌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처럼 지속가능한 패션은 당위성이 아니라 진실한 이야기가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속가능한 패션이 유행에 따라 빠르게 소비되는 SPA 브랜드와 비교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에 스미스 씨는 “지속가능한 패션이 훨씬 경제적일 수 있다”며 “불필요한 포장을 줄이고, 비윤리적인 공정을 버리는 과정에서 비용을 아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청바지 한 개가 5000원밖에 안 한다면 분명 제조 과정에서 누군가는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이라며 “패션은 개발도상국에 노동력을 제공하는 산업이고, 대체로 여성들이 바느질하고 우리는 이 옷을 싼 값에 사입는다. 이는 같은 여성으로서 감성적으로 접근해볼 만한 문제”라고 짚었다.
스미스 씨는 지속가능한 패션이 일상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SNS에 보여주기 식으로 옷을 구매하는 밀레니얼 세대를 중심으로 지속가능한 패션이 추세가 되어 본능적으로 지속가능한 패션을 찾고 소비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문화가 형성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FFC는 의류 및 액세서리 산업이 환경과 사회에 미치는 비효율성을 제거해 공급망의 형평성을 재조정하고자 설립된 단체다. FFC를 설립한 스미스 씨는 질 샌더(Jill Sanders) 아메리카 사장, 버버리 이사, 메니체티(Menichetti)인터내셔날 CEO 등을 거쳤다. 베니스=박미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