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에게 권력이란 버트런드 러셀이 정의한 ‘의도한 결과를 얻는 능력’이다. 그들은 기존의 권력을 구권력으로, 그리고 연결된 세상에서 새롭게 등장하는 권력을 신권력으로 정의한다. 구권력은 화폐와 마찬가지로 소수만 지니고 있으면 배타적이며 상명하달식이고 쟁탈하는 힘이다. 역사 이래로 계속되어 온 권력이며 우리에게 익숙한 권력이다. 반면에 신권력은 일종의 흐름처럼 작동한다. 다수가 만들어내고 개방적이고 참여적이며 동료 집단들이 주도한다. 신권력이 추구하는 것은 권력을 쥐고 놓지 않는 게 아니라 일정한 방향으로 흐르도록 결집하는 일이다.
구권력과 신권력의 첨예한 대결은 영화계의 황제로 불렸던 하비 와인스틴의 몰락을 들 수 있다. 1966년부터 2016년까지 아카데미상 수상식에서 감사의 대상은 신과 와인스틴이 공동선두를 달릴 정도였다. 그가 제작한 영화 가운데 아카데미상 수상 후보작이 무려 300개가 넘는다. 그는 독차지한 권력처럼 자신의 지위와 힘을 과시해 왔다. 그러나 여배우 알리사 밀라노의 트위터 ‘#미투’라는 해시태그에서 시작된 요원의 불꽃 같은 운동은 그를 몰락시켰다. 시작 단계에서 누구도 이 운동을 이끌지 않았고, 누구도 이 운동이 어떻게 흘러갈지를 알지 못했다. 그러나 ‘미투’운동은 거대한 흐름처럼 미국을 넘어 다른 국가들로 확산했다.
구권력이 주로 사용하는 도구는 슬로건과 사운드바이트(뉴스 인터뷰나 연설 등의 핵심 내용을 축약한 문구)다. 누군가 ‘기억에 남는’ 것에 관심을 갖는다면 베스셀러 ‘스틱’의 저자인 히스 형제의 여섯 가지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단순하고, 뜻밖이고, 구체적이고, 믿음직스럽고, 감성적이고, 이야기가 있는 메시지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단순히 기억에 남는 것을 넘어서 퍼뜨리기 좋은 것에 관심이 있다면 여기에 뭔가 특별한 것을 더해야 한다.
신권력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ACE’를 실천에 옮김으로써 아이디어의 확산을 꾀할 수 있다. 행동에 옮길 수 있어야 하고(Actionable), 연결돼 있어야 하고(Connected) 그리고 확장 가능해야(Extensible) 한다. 이런 방법으로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것이 아이스 버킷 챌린지인데, 저자는 “이 세 가지 원칙은 최근에 아이디어를 확산하는 데 성공한 스타트업, 브랜드 구축, 광고 캠페인, 심지어 테러리즘 같은 수많은 사례에서 목격된다”고 설명한다.
과연 권력의 변신은 가능할까. 구권력에서 신권력으로의 방향 전환은 가능한 것일까. 이 같은 일에서 극적 변화를 성공시킨 기업이 레고다. 레고는 경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성인 레고 팬, 즉 ‘AFOL’를 염두에 두고 ‘레고 아이디어’ 플랫폼을 기획한다. ‘대중이 레고 세트를 만드는 일을 시도한다’는 차세대 레고 모델을 크라우드 소싱하는 아이디어에 기초하고 있다.
또 하나의 흥미로운 사례는 신권력 공동체가 부상한 경우와 추락한 경우다. 우버와 리프터 사례는 실전에서 신권력을 어떻게 활용하는가에 대해 흥미로운 통찰력을 제공한다. 분리된 개인에서 초연결된 대중으로 옮겨가는 시대 상황에서 에어비앤비와 힐튼을 비교한 사례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거대한 변화라는 새로운 현상이 부상할 때 우리는 새로운 관점으로 현상을 바라봐야 한다. 그런 과정을 통해 현안에 대한 해결책을 마련하고 새로운 기회를 포착할 가능성을 키울 수 있을 것이다.
공병호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