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외식물가에 ‘밥이나 한번 먹자’는 인사치레도 부담스러운 시대가 됐다. 특히 김밥, 떡볶이 등 서민 먹거리의 상승세가 가파르다. 7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전체 외식물가지수는 전년 동월보다 3.1% 올랐다. 특히 김밥과 떡볶이는 각각 6.5%, 5.7% 급등했다. 연간 기준으로도 분식류의 물가지수 상승률은 종합지수 및 외식물가지수 상승률을 웃돈 지 오래다.
분식류 물가 상승의 배경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우선 전반적인 비용 상승이다. 김윤성 통계청 물가동향과장은 “외식물가 상승은 전반적으로 원재료나 인건비, 인테리어 등 비용 상승이 원인”이라고 말했다.
그중에서도 분식점은 비용 상승 압박이 더 심하다. 상권이 초·중학교 인근에서 번화가로 이동하면서 임대료 부담이 커진 데다 대다수가 영세업체인 탓에 원재료 대량 조달을 통한 ‘규모의 경제’를 이루기 어렵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는 “인건비, 임대료, 원재료, 세금까지 어느 하나 오르지 않은 게 없다”며 “그나마 원재료를 대량으로 사면 단가를 낮출 수 있지만 소매로 원재료를 조달하는 영세업체들은 원가를 낮출 방법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2015~2018년 평균 외식물가 상승률은 2.6%였지만, 같은 기간 라면(외식)과 김밥, 떡볶이 물가지수는 각각 3.9%, 5.2%, 3.8% 올랐다.
분식점의 급격한 프랜차이즈화도 물가 상승의 배경 중 하나로 지목된다. 통계청의 서비스업조사를 보면 2013년 4만5928개였던 분식·김밥전문점은 2017년 4만9250개로 8.6% 증가하는 데 그쳤지만, 프랜차이즈 가맹점인 분식·김밥전문점은 6413개에서 1만1856개로 84.9% 늘었다. 분식·김밥전문점 중 프랜차이즈 비중도 14.0%에서 24.1%로 확대됐다.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물가를 얘기할 때 빼놓지 않는 게 유통구조의 후진성과 독과점 구조인데, 프랜차이즈화는 이 두 가지를 모두 고착화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모든 업주가 가격 결정권을 가지고 있다면 경쟁논리에 따라 가격을 올리는 대신 원가를 낮추는 방법으로 이익을 유지한다”며 “반면 프랜차이즈 시장에선 가맹본부가 경쟁논리에 구애받지 않고 가맹점의 원가와 상품 판매가격을 일률적으로 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상권 이동에 따른 임대료 인상도 급격한 프랜차이즈화에 기인했다는 게 최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동네 슈퍼마켓이나 문구점의 고객들도 프랜차이즈인 대형 유통업체로 이동하는 추세”라며 “이런 상황에서 분식점의 선택지라곤 고객이 떠난 상권을 홀로 지키다 도산하거나, 임대료 등 비용 부담을 감수하고 시내 상권으로 따라가는 것뿐”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