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 플라스틱을 줄이려고 텀블러를 사 놓고도 쓰지 않고 버리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래서 새로운 텀블러를 만들어 보기로 했어요.”
지난달 31일 경기도 파주시 출판단지 내 사무실에서 만난 유세현<사진> 우주상사 대표는 아이디어부터 설계, 디자인까지 총괄한 ‘알렉스(ALEX) 텀블러’의 개발 배경을 설명하며 이같이 말했다.
알렉스는 미국에선 크라우드펀딩으로 구매자를 모은 스테인리스 물병 브랜드다. 국내에선 크라우드펀딩으로 제작 비용을 모은 텀블러로 알려져 있다. 2017년 말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텀블벅에서 진행해 9300만 원을 모집했고, 2차와 3차는 와디즈에서 각각 2억 원, 6900만 원을 조달했다. 리워드형으로 참여자는 펀딩 금액만큼 텀블러를 받았다.
그가 말한 알렉스 텀블러의 장점은 고강도 스테인리스를 쓰고도 외형적으로 차별성을 가지는 것이다.
알렉스는 제품 겉면을 파우더페인팅(분체도장) 기술로 마감했다. 미세한 입자를 제품에 뿌리고 도자기 굽는 고열로 단단하게 만드는 방식이다. 속은 스테인리스로, 겉은 도자기와 비슷한 마감으로 돼 있는 셈이다. 변질에 강한 것은 이 때문이다.
텀블러가 쉽게 질려 새로 사는 이가 많다는 것에 주목해 디자인에도 차별성을 뒀다.
그는 “알렉스 텀블러들은 파우더페인팅을 거친 후 다양한 색상의 고무 슬리브(아래쪽 외피)를 입혀 투톤으로 사용할 수 있다”며 “제품이 질릴 때쯤 다른 색의 슬리브를 사서 갈아 끼우면 새것 같은 느낌으로 쓸 수 있다”고 말했다.
다음으로 꼽은 알렉스텀블러의 장점은 내구성이다. 대개 텀블러는 쓰다가 고장 나거나 파손될 때 버리고 다시 사는 물건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유 대표는 미국 알렉스 본사의 AS 정책과는 별개로 100년 AS를 보증한다고 했다.
유 대표는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보온병 제조사도 100년 AS를 하고 있다”며 “알렉스텀블러의 아이디어와 개발 단계를 총괄했기 때문에 내구성만큼은 보증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총 3만5000여 개를 판매했지만, 사용자 실수를 포함한 불량, 클레임이 300건밖에 되지 않는다”며 “제품에 하자가 있을 때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교환해 주는 게 판매 철학”이라고 설명했다.
그가 텀블러 사업을 시작한 것은 한때 텀블러 수집광이었기 때문이다. 새로운 디자인을 보고 흥미를 느끼거나, 기능적으로 참신한 제품을 볼 때마다 텀블러를 사 모았다. 그러다 환경을 생각해 쓰자고 한 텀블러조차도 몇 번 안 쓰고 버려지고 있다는 것에 새로운 텀블러를 만들기로 결심했다.
마침 알렉스를 만든 창업자들과의 인연과 20년 이상 텀블러 설계와 디자인 등을 해온 아버지 덕에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었다.
국내 첫 펀딩 전 알렉스는 미국에서 반으로 분리되는 스테인리스 물병만을 생산하고 있었지만, 유 대표가 국내 사정에 맞게 텀블러를 만들어 보자고 제안했다. 디자인과 설계는 아버지의 도움을 받아 우주상사가 했다.
우주상사는 파주 출판도시의 한 대형 출판사 물류창고 한편에 사무실을 두고 있다. 파주에서 오래 살았던 아버지 지인의 도움으로 사무실을 마련한 것이다.
유 대표는 책이 4층 높이 이상으로 쌓여 있는 창고를 가리키며 “텀블러 재고를 저렇게 보관할 정도가 됐으면 한다”며 “좋은 제품을 만들고 팔다 보면 그런 날이 오지 않겠느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