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튀김은 어느 패스트푸드점에서 먹는 게 가성비가 가장 좋을까? 어떤 에너지 드링크를 먹어야 같은 값에 더 많은 카페인을 섭취할 수 있을까? 일상 속에서 한 번쯤 궁금해했지만, 너무 쪼잔해 보여서 실제로 실험해본 적 없고, 앞으로도 그다지 해보고 싶지 않은 비교들. [쪼잔한 실험실]은 바로 이런 의문을 직접 확인해 보는 코너다. cogito@etoday.co.kr로 많은 궁금증 제보 환영.
사무실에서 동물을 하나 키운다고 가정해보자. 강아지, 아니 좀 더 현실적으로 햄스터를 한 마리 키운다고 치자. 근데 햄스터가 인간보다 전자파를 잘 흡수하는 특성이 있다고도 가정해보자. 나를 대신해 전자파를 흡수하라고 모니터 앞에 둔 열심히 쳇바퀴를 도는 햄스터를 키운다고 상상하면…. 그것도 키우는 사람의 맘이긴 한데, 기자는 어딘가 마음이 좀 아파서 그런 식으로는 못 키울 것 같다.
물론 동물인 햄스터와 식물인 선인장 간에는 인간이 감정을 이입할 수 있는 정도가 완전히 다르다. 그렇긴 해도 나 대신 전자파를 막아주기 위해 어떤 생물을 내 컴퓨터 앞에 두고 키운다는게, 개인적으론 햄스터나 선인장이나 그게 그건거 같아서… 역시 마음이 좀 아프다.
여기까지는 ‘선인장이 전자파를 대신 흡수해준다’라는 세간의 속설이 맞다는 전제 하의 이야기다. 만약 측정 결과 ‘선인장이 있으나 마나 나도 선인장도 똑같이 전자파에 노출된다’는 결론이 나온다면 기자는 그다지 양심의 가책 없이 선인장 화분을 모니터 앞에 둘 수 있을 것이다.
선인장에 전자파 흡수 효과가 없다면 “선인장이 나 대신 전자파를 흡수해 주겠지?”라는 생각으로 선인장을 구매하신 분들께는 아쉬운 일이긴 하겠다. 그치만 전자파 흡수 효과를 원하는 사람이든,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든 실제 효과를 검증해 보는 실험이 유용한 정보가 될 것이라고 생각해 준비했다.
가장 익히 알려진 유명한 전자파 차단 효과를 가진 제품인 선인장과 전자파 차단 스티커 두 종을 함께 비교해봤다. 선인장도, 전자파 차단 스티커도 큰 종류와 작은 종류 두 가지로 차단 효과를 실험했다. 선인장은 PC, 전자파 차단 스티커는 스마트폰을 대상으로 전자파 차단 실험을 실시했다.
전자파 측정에는 ‘HD3120’이라는 휴대용 장비를 사용했다. 간단한 장비지만, 어떤 변수로 인한 변화량을 알아보는 데는 큰 문제가 없었다. 다만, 관측값이 전문기관에서 실시하는 것처럼 정밀하지는 않다는 점은 유의할 필요가 있다.
◇파트1. 선인장은 전자파를 흡수해 줄까?
실험은 기자의 PC에서 진행했다. 일반적으로 PC를 사용하는 사무실 환경이라는 전제 하에 기자가 의자에 앉았을 때 가슴 높이 정도에 오도록 상자를 설치해 측정기를 올려뒀다. 원래 이런 종류의 측정값은 시시각각 변화하게 마련이다. 따라서 여러 번 측정 후 양 극단에 가까운 값들을 제한 중간값을 측정값으로 채택했다.
먼저 아무 것도 없는 상태에서의 전자파는 66V/m(전자파의 단위)이었다. 사용한 측정기는 40V/m 이상의 전자파가 감지되면 ‘유해’ 표시와 함께 붉은 등이 점등된다.
약 8~10cm 높이의 3000원짜리 작은 선인장 세 개를 측정기 주변에 놓아보았다. 보통 전자파 차단 효과를 기대하고 선인장 화분을 놓는 이들도 자신의 모니터 시야를 가리게끔 정면에 두진 않는다. 따라서 측정기를 가리지 않게 양 옆에 선인장을 놓아 보았다. 결과는 67V/m. 1V/m의 전자파가 늘어나긴 했지만, 사실 유의미한 수준의 관측값은 아니다.
선인장이 너무 작았던 건 아닐까? 이번엔 약 15~18cm의 5000원짜리 선인장 두 개를 측정기 양 옆에 두어 보았다. 측정값은 62V/m. -4정도 떨어지긴 했지만, 역시나 유의미한 차이는 아니다.
아예 5개의 선인장 전부를 양 옆에 놓았을때도 62V/m였다. 혹시 아예 앞을 가려버리면 앞이 막혀서라도 전자파가 들어오지 않을까? 화분 다섯 개를 측정기를 가리도록 놓아보았지만 결과는 63V/m. 혹시나 더 큰 걸로 막으면 의미가 있을까 싶어 라이언 인형으로도 막아봤지만, 역시 63V/m이었다.
그렇다. 옆은 물론이고, 사람 정면에 선인장이든 인형이든 무엇인가 놓는다하더라도 전자파 흡수 효과는 유의미한 수준으로 나타나지 않는다는 결론을 도출해 낸 것이다. 기자는 앞으로 안심하고 선인장을 모니터 앞에 놓고 키워도 될 것 같다. 나 대신 선인장이 전자파를 맞고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알았으니 말이다.
◇파트2. 전자파 차단 스티커도 효과가 있을까?
스티커로 넘어가보자. 역시 측정은 기자 본인의 스마트폰으로 진행했다. '갤럭시 S8 블랙'이며 사용한 지는 1년 정도됐다. 전화가 걸어진 상태에서 전자파를 측정해보기도 했으나, 단순히 전원만 켜져 있을 때와 측정값이 차이가 나진 않았다.
아무 스티커도 부착하지 않았을 때 기자의 스마트폰 전자파는 53V/m의 값이 관측됐다. 일반적으로 가장 전자파의 영향을 강하게 받을 수 있는 경우는 ‘전화를 얼굴에 대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와 유사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측정기를 스마트폰에 딱 붙여서 전자파를 측정했다.
먼저 스마트폰 뒷면에 대형 전자파 차단 스티커를 붙여 보았다. 결과는 55V/m. 오히려 전자파가 증가했지만, 역시 의미가 있다고 보긴 어려운 수준의 값이다. 그러다 불현듯 뒷면이 아니라 앞면인 화면에 전자파 스티커를 붙여보았다.
이 실험 전체에서 가장 놀라운 결과. 화면에 대형 전자파 차단 스티커를 붙이자 정말로 전자파가 완벽하게 차단됐다! 검출량 ‘0V/m’! 다만 ‘자기파’ 방출이 0.23µ/T이 증가했다. 전자파는 ‘전기파’와 ‘자기파’로 나뉜다. 대부분의 전자기기에서는 ‘전기파’가 방출된다. ‘전기파’가 줄어드는 대신 ‘자기파’가 증가했다는 것은 특이한 사실이긴 한데, 유해 경보가 울릴 정도의 측정값은 아니었다.
혹시 모든 스티커가 이런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닌가 해서 ‘이투데이’ 스티커를 붙여봤지만, 이 경우엔 아무 스티커가 없을 때와 마찬가지로 52V/m의 전자파가 측정됐다. 일반 스티커는 효과가 없는 것이다.
하지만, 사실 중요한 건 어느 누구도 전자파를 막기 위해 스마트폰 ‘화면’에 대형 전자파 차단 스티커를 붙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솔직히 재미 삼아 앞면에도 붙여 본 것 뿐인데 월등한 차단 효과가 나타나 놀라긴 했다. 그치만 그것은 이 제품이 우수한 기능을 가진 제품이라는 것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 기자가 구입한 스티커 제품의 설명에도 ‘뒷면에 부착해 주시고…’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대충 짐작가시겠지만, 이보다 작은 ‘사과’ 모양의 전자파 차단 스티커는 더욱 효과가 떨어진다. 뒷면에 작은 스티커 한 장을 붙였을 때의 전자파는 평소와 같은 55V/m. 앞면에도 한 장을 붙여봤지만 53V/m으로 역시 별 차이 없었다.
앞서의 대형 스티커의 실험에서 착안해 ‘화면’에 총 15장의 작은 스티커를 다닥다닥 붙여보았다. 이 경우 확실히 전자파 측정값이 36V/m으로 떨어져 유의미한 변화량을 보였다. 다만 이것은 관측값이 유의미하다는 것 뿐이다. 이 제품도 실제로 이런식으로 사용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테니 실제 제품의 기능이 유의미하다고 해석하긴 어렵다.
◇파트3. 전자파는 정말 유해한가?
기자는 실은 전자파가 유해하다고 믿지 않는다. 유치원생때부터 브라운관TV로 비디오게임을 즐겨왔고, PC가 생긴 이후로 어느 한 해도 쉬지 않고 PC게임을 즐겨왔지만, 기자의 양안 시력은 오른쪽 2.0, 왼쪽 1.5다. 물론 전자파의 유해성 논란이 단순히 시력에 국한된 것은 아니기도 하거니와, 개인적인 체험을 기사의 근거로 제시하는 것은 부적절할 수 있겠다.
하지만 과학적으로도 전자파의 유해성은 아직 입증이 부족한 상황이다. 전자파는 정확히 어떤 기전을 거쳐 어떤 질병을 일으키는지에 대한 인과관계가 현재까진 명확히 증명되지 않았다. 이를테면 흡연은 폐 질환을, 과도한 나트륨은 위장 질환을, 지나친 음주는 간 질환을 발생시킨다는 사실은 많은 임상연구를 통해 명확한 인과관계가 입증돼 있다. 하지만 전자파는 과다 노출될 시 어떤 기전을 거쳐 어떤 질환을 일으키는지에 대해 ‘입증됐다’고 할 만한 근거가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면 이 기사의 존재 의의는 무엇인가? 전자파가 인체에 유해한지, 무해한지 그것은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위의 제품들은 ‘전자파를 차단해 준다’는 전제 아래 판매하고 있다는 사실이 진짜 문제다. 기자가 방문한 화훼시장에서도 선인장의 전자파 차단효과에 대한 설명을 많이 들을 수 있었고, 전자파 차단 스티커들은 이름부터가 ‘차단’이 들어간 데다, 제품 설명에도 차단 효과가 있다고 적혀있었다.
유해성에 무관하게 전자파를 쬐는 것 자체가 그냥 꺼림칙해서 이런 제품들을 산 사람들은 제품 판매자들에게 속게 된다. MSG가 인체에 무해하다고는 해도, 그냥 그 자체가 먹기 싫은 사람도 있을 수 있다. MSG가 안 들었다고 속이고 MSG가 들어간 음식을 파는 행위가 부당하다는 사실은, MSG의 유해성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일이다. 첫 화부터 이어져 온 [쪼잔한 실험실]의 목표는 ‘경제 정의 실현’이다.
실험 후 선인장은 회사 내 여러 사람들에게 나누어주었다. 물론 전자파 차단 효과는 사실상 없다는 설명과 함께. 전자파는 차단되지 않지만, 뭐 그런다 한들 어떤가. 사무실에서 나와 함께 전자파를 맞으며 살아가는 동료가 하나 생겼다고 생각하면 나름대로 만족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