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EU EPA가 2월 1일 발효를 하루 앞두고 있다. 일본과 EU는 앞으로 15년간 각각 자국 시장의 96%, 99%를 개방하기로 2017년 12월 합의했다. 당장 2월 1일부터 일본 시장의 86%, EU 시장의 96% 분야에서 관세가 사라진다. EU가 지금껏 맺었던 무역협정 중 최대 규모다.
EU가 일본 상품에 관세 문턱을 낮추면 유럽 시장을 두고 한일 간 경쟁은 더욱 심해질 수 있다. 코트라는 30일 발표한 'EU-일본 EPA 발효에 따른 유럽 내 한·일 수출 경쟁여건 분석' 보고서에서 한국의 100대 유럽 수출품 중 65개 품목이 일본과 시장 점유율 경쟁이 심한 것으로 분석했다. 이들 품목의 시장 규모는 910억8000만 달러에 이른다. 특히 자동차와 기계 등이 한일 간 시장 경쟁이 치열한 품목으로 꼽힌다.
코트라는 당장 시장 상황이 급변하진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자동차만 하더라도 완전 관세 폐지까지는 7년이 걸리기 때문이다. 또 한일 양국 모두 EU 역내 생산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문가 일각에선 일-EU EPA가 한-EU 통상 관계에 미칠 영향을 우려한다. EU가 EPA 규정을 한국과의 FTA 개정 협상에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EU는 2013년부터 규제·인증 조항 등 한-EU FTA 개정을 주장해 왔다. 일본은 EPA 협상 과정에서 EU의 자동차 안전 기준을 받아들였다.
일본이 EPA와 패키지로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을 인준하면 한국에 대한 요구도 지금보다 더 세질 수 있다. EU는 지금도 한-EU FTA 노동권 조항을 들며 ILO 핵심협약 인준을 요구하고 있다.
김상묵 코트라 경제통상협력본부장은 “EU-일본 EPA가 우리 수출에 단기적 영향은 크지 않더라도 장기적 관점에서는 대 EU 수출 경쟁력 제고를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