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보단 무난한 제품”…수주 관행에 속끓는 보안 스타트업

입력 2019-01-30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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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 다양한 기능 갖춘 턴키방식 보안솔루션 선호 특정 분야 독보적 기술력만 가지고 살아남기 힘들어

#보안 스타트업(초기 벤처기업) 센스톤은 패스워드 입력이 필요 없는 생체 보안을 중심으로 패턴, 모바일용 일회용비밀번호생성기(mOTP) 등 간편 인증의 전문성을 인증받아 20억 원을 투자받고 사무실을 구로디지털단지로 확장 이전했다.

#시큐리티플랫폼은 사물인터넷(IoT) 디바이스의 신뢰할 수 있는 연결을 보장한 제품 액시오(Axio) 솔루션을 개발해 30억 원을 투자받았다. 이 솔루션으로 디바이스 제조 단계에서부터 손쉽고 강력한 보안을 저비용으로 구현할 수 있어 보안의 내재화를 쉽게 했다.

30일 경기도 판교 정보보호 클러스터에는 센스톤과 시큐리티플랫폼 이외에도 20여 개의 보안 기업들이 입주해 있다. 이들은 차량 보안과 보안 강화 PDF뷰어, 데이터 영구 삭제 등 특정 분야에서 참신한 아이디어와 기술을 개발 중이다. 보안이나 소프트웨어 스타트업들은 한 분야에 특화된 기술로 성장을 꾀한다.

그런데 국내 IT업계 수주 관행이나 환경이 스타트업의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보안 스타트업 대표는 “특정한 기능에 중점을 둔 제품을 만들었지만, 기업들이 이것저것 다 되는 통합 솔루션만 찾고 있어 공급사 찾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뛰어난 제품 하나만 만들면 잘 팔릴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최근 들어 주력 제품 이외의 라인업을 갖추기 위해 준비 중”이라고 덧붙였다.

기술만 믿고 시작한 사업이 업계의 관행이라는 벽에 부딪힌 것이다.

이는 국내 IT산업의 고질적 문제로 작용하고 있다. 해외 기업의 경우 소프트웨어 선택 시 다기능보다 특정 기능에 특화된 소프트웨어를 선택한다.

예컨대 보안시스템을 구축하는 회사에선 서버 제품은 A사, 클라이언트는 B사, 네트워크 장비는 C사 등 각 분야의 최고 제품을 선택하는 방식이다.

반면 국내에선 하나의 솔루션으로 서버, 네트워크, 클라이언트 보안을 관리하는 턴키(Turn key) 방식을 선호하고 있다. 때문에 개별 성능이 떨어지더라도, 모든 분야를 지원해주는 솔루션의 채택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업계에선 특정 분야에서 독보적 기술을 가진 스타트업이 기술력을 쌓고, 성장으로 이어지는 게 드문 이유라고 지적하고 있다.

한 보안 스타트업 최고기술이사(CTO)는 “특정 분야에서 성능을 인정받은 제품을 개발했지만, 국내 기업들 대부분은 모든 기능을 제공할 수 있는 제품을 원하고 있다”며 “라인업을 다양화하다 보니 오히려 기존 업체보다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어 고민”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국내 소프트웨어 산업은 대기업 SI(시스템 통합)업체를 중심으로 하청을 받는 시스템이다 보니 전문성 있는 IT기업이 성장할 수 없는 구조라고 지적한다.

경쟁력 저하는 스타트업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국내 소프트웨어 경쟁력까지 같이 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공개소프트웨어(오픈소스)의 개발 참여도를 통해 볼 수 있다.

공개 소프트웨어는 누구나 개량하고 재배포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성과를 공유할 수 있다. 대체로 공개소프트웨어 개발 활동은 수준급 개발자들인 ‘구루’들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송희경 의원(자유한국당)이 지난해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 국정감사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공개소프트웨어 분야에서 국내 개발자의 국외 대비 비중은 2015년 0.08%에서 2017년 0.05%로, 최고급 기술자 수는 2015년 2.9%에서 2017년 1.9%로, 글로벌 프로젝트 수는 2015년 1.3%에서 2017년 1.25%로 감소했다.

경력 15년의 한 프로그램 개발자는 “인도나 러시아 등 해외에서 국내로 취업하는 개발자가 계속 늘어난다”며 “이에 반해 국내 수준급 실력자가 매년 감소하고 있다는 것을 현장에서 실감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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