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은 1128원을 돌파하며 한달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1월 반도체 수출과 지난해 4분기(10~12월) 중국 국내총생산(GDP) 부진이 맞물리면서 경기부진에 대한 우려가 확산한 때문이다. 주말사이 미 달러화가 소폭이나마 강세를 보인 것도 영향을 미쳤다.
수급적으로도 하단에서 결제수요가 많았다. 최근 외국인이 주식을 매수하고 있지만 결제수요를 감당하기엔 부족하다는 관측이다.
외환시장 참여자들은 1130원에 대한 박스권 상단인식은 큰 것 같다고 전했다. 설령 단기적으로 1130원을 돌파하더라도 큰 폭으로 오르긴 어렵다고 봤다. 많이 올라야 다음 레벨인 1140원에서 막힐 것으로 예상했다.
1124.5원에서 출발한 원·달러는 장중 1124.2원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장중 변동폭은 3.9원에 그쳤다.
역외환율은 상승했다. 차액결제선물환(NDF)시장에서 원·달러 1개월물은 1124.0/1124.5원에 최종 호가돼 전장 현물환 종가보다 3.45원 올랐다.
은행권의 한 외환딜러는 “대외적으로는 미국 주식이 강했다. 원·달러는 하단에서 실수요인 결제수요를 바탕으로 상승했다. 수출에서 반도체 실적이 좋지 않게 나온 것도 영향을 미쳤다. 반도체가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우리나라 수출에 전반적으로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깔려있었던 것 같다”며 “다만 1120원대 중후반에서는 네고물량이 나오면서 1130원까지 오르지는 못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수급적으로는 외국인 주식매수 자금이 시장에 유입되고 있지만 결제수요를 소화하기엔 모자라는 듯 싶다. 단기 레인지 상단인 1130원을 돌파한다면 1140원이 다음 레벨이다. 현 수준에서 더 오른다 해도 5원 내지 10원 정도일 듯 싶다”고 예측했다.
또다른 은행권 외환딜러는 “중국 GDP 발표 후 성장률 둔화 우려에 원·달러가 상승했다. 중국과 아시아통화들도 전반적으로 약세를 보였다. 주말사이 달러화가 강세를 보인 것도 영향이 있었다”며 “상단에서는 매도물량이 나오면서 더 오르지 못했다. 원·달러가 더 오를 수 있겠지만 1130원 이상은 제한될 듯 하다”고 말했다.
오후 3시40분 현재 달러·엔은 0.23엔(0.21%) 내린 109.53엔을, 유로·달러는 0.0017달러(0.15%) 상승한 1.1379달러를, 역외 달러·위안(CNH)은 0.0018위안(0.02%) 내린 6.7998위안을 기록 중이다.
한편 지난해 4분기 중국 GDP는 6.4% 성장을 기록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이달 1일부터 20일까지 수출은 전년동기대비 14.6% 감소한 257억 달러에 그쳤다. 특히 반도체는 28.8% 줄어든 42억8000만달러에 그쳐 2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