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투자형(증권형) 크라우드펀딩 모집 상한액이 7억 원에서 15억 원으로 확대됐음에도, 이를 제대로 활용하는 중개업체는 사실상 업계 1위인 와디즈밖에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의 늦깎이 규제 완화가 업계의 불균형적 성장을 키웠다는 지적이다.
크라우드펀딩이란 인터넷 플랫폼을 통해 불특정 다수에게 자금을 소액으로 모집하는 경우 감독당국의 심사 없이도 자금 모집을 허용하는 제도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크라우드펀딩 와디즈에선 17일 증권형 펀딩을 시작한 업체 ‘불리오’가 9억 원이 넘는 금액을 모집했다. 규제 완화 전 한도 7억 원을 훌쩍 넘은 금액이며, 남은 27일 동안 최대 상한 15억 원을 채울 가능성도 열려 있다. 16일 시작한 채권형 펀딩 ‘그린플러그드’는 8억 원을 넘겼다. 남은 일수는 10일이며,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와디즈는 매월 20여 개의 투자형 펀딩이 예정돼 있어, 대형 펀딩 프로젝트가 계속해서 나올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와디즈가 증권형 펀딩 규모 확대에 따른 혜택을 제대로 보고 있는 것이다.
반면 와디즈를 제외한 다른 업체들은 한숨을 쉬고 있다. 와디즈와 비슷한 업력을 가진 오픈트레이드의 경우 11일 오픈한 ‘옐로우버스’ 프로젝트가 마감일이 22일이지만 현재 펀딩 금액이 0원이다. IBK투자증권이 7일 개시한 ‘케이피엘’은 600만 원을 모집해 6% 달성에 그치고 있다.
업계에선 이처럼 와디즈 홀로 성장한 기형적 구조에 대해 “그러지 않아도 작은 시장에 금융당국의 규제가 발목을 잡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실제 증권형 펀딩에선 와디즈가 독보적이다. 업계에선 작년 상반기 와디즈는 증권형 크라우드펀딩 시장에서 모집금액 기준 68%의 점유율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규제로 인해 증권형 크라우드펀딩 시장 파이도 크지 못하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 크라우드넷에 따르면 2018년 크라우드펀딩 시도 건수는 286건으로 2017년보다 9건 줄었다. 펀딩 성공 건수는 183건으로 동일했다. 그나마 펀딩 성공 금액은 6.77% 늘어났다.
한 크라우드펀딩 업체 대표는 “대부분의 프로젝트가 시장 1위 업체에 몰리는 것은 시장 규모가 워낙 작기 때문”이라며 “소규모 업체들은 촘촘한 금융감독원의 규제로 인지도를 쌓는 게 너무 힘든 일”이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지나친 규제로 크라우드펀딩 시장 활성화의 기회를 이미 한 차례 실기했다. 특히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의 경우, 업계 1위인 와디즈조차도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면서 “금융당국의 규제가 시장 다양성을 훼손시켰고, 시장 파이도 쪼그라들게 만들었으며 이로 인해 상당수의 업체가 개점 휴업 상태에 직면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