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안에 대한 의견수렴을 위해 열린 두번째 전문가 토론회에서 최저임금 결정과 책임의 주체가 명확해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16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고용노동부 주최로 열린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 전문가 토론회'에는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장이 사회를 맡고 이승욱 이화여대 교수, 조용만 건국대 교수, 김성희 고려대 교수, 권오성 교수, 안경덕 고용부 노동정책실장, 김성호 최저임금위 상임위원 등이 참석했다.
김 교수는 "최저임금 결정은 정치적일 수밖에 없으며 정부가 간접적으로 영향을 행사하는 것은 다 아는 얘기"라며 "정치적 책임을 당당히 지는 자세로 결정해야 한다. 전가하는 방식으로 가서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권 교수도 "최저임금 결정이 실질적으로 입법이며 정치적 행위인 것은 틀림없고 책임이 따른다"며 "지금처럼 노동부 장관의 고시 형식으로 정하는 것이 위상에 맞는지 고민이다. 대통령령 형식으로, 대통령 이름으로 고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최저임금위원회를 이원화하는 방안에 대해 의견이 분분했다.
고용부는 이달 초최저임금위원회에서 결정하던 최저임금 결정구조를 바꿔 전문가로 구성된 구간설정위원회에서 상하한선을 정하고, 노사공이 참여하는 결정위원회가 최종 결정을 하는 안을 발표했다.
김 교수는 "전문가로 구성된 구간설정위원회가 노사 대리전의 전초전이 될 수 있다"며 "전문가들의 갑론을박 자리만 되거나 무엇을 객관적으로 파악해야 하는지 논의만 하다가 끝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조 교수는 "상하한 구간을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옥상옥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회의를 파행할 명분을 하나 더 주는 격이 될 수 있다"며 대처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현행 제도로는 90일 이내에 최저임금위원회가 최저임금을 심의해야 하는데 분석·연구·교섭까지 시간이 부족하다보니 분석과 연구가 빠지고 교섭만 하게 된다"며 "그러다보니 최저임금이 정치화가 되고 아무런 기준이 없이 분위기에 따라 협상만 이뤄진다. 1년 내내 상시적으로 최저임금을 연구하고 분석할 위원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결정기준에 기업 지불능력이 추가되는 것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김 교수는 "경제상황과 기업 지불능력에 관한 객관적 지표가 없다"며 "업종별로 최저임금을 차등화하지 못하는 것도 같은 이유"라고 말했다.
이 교수도 "우린 단일하게 최저임금이 결정되기 때문에 기업 지불능력을 고려하려고 해도 할 수가 없다"며 "일본은 지역별ㆍ업종별로 최저임금이 달리 결정되기 때문에 중소기업이 많은 지역에서 기업 지불 능력을 상대적으로 고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7일 정부가 최저임금 개편안 초안을 발표한 이후 두 차례 전문가 토론회가 진행됐다. 고용부는 오는 24일에 대국민 토론회를 연다. 토론회와는 별도로 21∼30일에는 온라인 설문 등을 통해 노·사단체와 국민 의견을 수렴한다.